[류형근의 음악뒤집기]음악 색깔 넓힌 박정현 3집 'Naturally'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1시 32분


가극의 프리마돈나를 지칭하는 '디바'라는 단어는 어느덧 여자 가수의 가창력과 대중성을 함께 설명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150cm의 자그마한 키의 가수 박정현을 따라 다니는 대명사 역시 디바이다. 그만큼 박정현은 여타의 국내 여가수중에 가창력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가수이다.

팝 디바 3인방이라 불리는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옹 중에서 박정현은 머라이어 캐리와 비교되는데 그녀의 음악성은 R&B와 블루스의 흑인 음악, 백인 취향의 발라드까지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화려한 테크닉이 장점이다.

98년 데뷔 앨범 'Peace'에서 임재범과 함께 부른 '사랑보다 깊은 상처'와 애잔한 발라드곡 'PS. I Love You'로 주목받았던 박정현은 99년 'A Second Helping'에서 '편지할께요'를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간 2장의 앨범에서 들려준 박정현의 음악은 무대를 통해 발산되는 그녀의 재능을 모두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로 R&B 음악이 강조된 앨범 전체는 깔끔하고 신선했지만 깊은 감성이 배어나진 못했다. 특히 김형석, 윤종신, 노영심, 하림 등의 작곡자들이 참여했던 2집 'A Second Helping'는 화려한 작곡자의 면면에 비교해본다면 박정현의 기교만 돋보인 앨범이 아니었던가 싶다.

가요계의 디바의 복귀라는 타이틀과 함께 발매된 3집 앨범 'Naturally'는 이런 면에서 테크니션 박정현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우선 앨범 타이틀 'Naturally'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제된 박정현의 바이브레이션은 R&B 일색이라는 비판의 꼬리표를 떼어버리게 하고,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워진 창법과 다양해진 음악 스타일이 성숙하게 느껴진다.

특히 유희열의 미소년 같은 감성과 클래시컬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아무말도, 아무것도', 롤러코스터의 지누가 곡을 쓰고 힙합 그룹 CB MASS가 참여한 '싫어', 그리고 박정현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도맡은 'Better Now'에서는 음악적인 색깔과 폭을 넓혀 가는 가수 박정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2집에 이어 참여한 하림, 윤종신이나 조원선, MGR, 이규호, 자화상의 나원주 등 화려한 뮤지션이 참여한 이번 앨범에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가 연주하는 애절한 멜로디라인에 박정현의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더함으로써 전작과는 다른 안정감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지난 두 장의 앨범을 통해 박정현이 가창력을 뽐내며 가요계의 '작은 요정이' 될 수 있었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 '가요계의 진정한 디바'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atari@dong.com

30자평- 풍부해진 사운드와 여전히 탁월한 박정현의 목소리. 그러나 너무 다양한 장르를 담으려한 느낌.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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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말도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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