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경제지표와 달리 실제 경기가 싸늘한 이유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3시 30분


최근 경제성장률,수출,산업생산등 경기 지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경제주체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재정경제부등의 경제관료들조차도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괴리감을 토로하면서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철 박사는 "국내총생산(GDP)이나 산업생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가 싸늘한 것은 국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국민소득(GNI)이나 교역 조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교역 조건은 수출상품과 수입상품의 가격 비율로 교역조건이 100을 넘으면 같은 물품을 수출·입하더라도 수익이 더 많아 수출입에 따른 수익성이 개선됨을 의미한다.

90년이후 100부근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던 교역조건은 96년 2/4분기 이후 10%이상 급락했고 작년 하반기 이후 다시 10%내외가 하락해 최근에는 70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96년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가격의 폭락에 의해 교역조건이 악화됐는데 최근에는 원유를 중심으로 한 수입가격의 급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교역조건의 악화는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킴으로써 국민의 실질 구매력인 GNI 증가세를 둔화시킨다.

이에따라 유가의 상승폭이 컸던 1/4분기의 교역조건 악화가 본격 반영되면서 올 2/4분기에는 GDP성장률이 9.6%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GNI성장률은 1.8%로 급락했다.

GDP성장률과 GNI성장률간 격차가 무려 7.8%포인트에 달하면서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박사는 교역조건 악화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산업생산등에 근거한 낙관적인 전망을 전제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일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교역조건 악화라는 공급 측면의 충격에 대응해 총수요 관리정책 기조를 급속히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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