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女 1500m 알제리 베니다 "무명 만세"

  • 입력 2000년 10월 1일 18시 51분


시드니올림픽 육상 마지막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올림픽스타디움.초반부터 금메달을 자신하던 특급스타들이 줄줄이 탈락을 고배를 마신 육상 트랙의 이변은 이날까지 이어졌다.

여자 1500m는 5000m의 우승자 가브리엘라 스자보와 올시즌 최고 기록 보유자인 수지 페이버 해밀톤의 우승각축이 예상됐던 종목.하지만 정작 금메달은 무명에 가까운 알제리의 누리아 메라 베니다(29)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예선조차 통과하자 못했던 베니다의 우승 비결은 트랙안쪽을 선점한 것.단거리와는 달리 레인 구분없이 달리는 1500m의 특성상 선수들이 군집을 이뤄 달리는 상황에서 베니다는 초반부터 레인 안쪽을 차지한채 질주하며 막판까지 선두다툼을 벌인 99세계선수권대회 4위 비올레타 스제켈리(루마니아)를 0.05초 차로 따돌리며 4분05초10의 기록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베니다는 결승선을 통과한뒤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며 “골인하는 순간 내 조국 알제리인들이 눈에 선했다”며 “경기전 자신감이 날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으나 동메달에 머문 스자보의 패인은 작전실패.승리를 과신한 스자보는 후반 300m를 남겨둔 지점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을 수립했고 초반에는 선두그룹에 아예 끼지도 않았다. 하지만 막판 스퍼트가 필요한 지점에서도 스자보는 안쪽 레인을 확보하지 못한채 외곽을 뛰는 바람에 결국 3위로 골인해 여자 선수로는 첫 1500m와 5000m 동시 석권의 꿈을 접어야 했다.

또 중거리에서 취약한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벼러던 해밀턴도 마지막 한바퀴를 남겨둔 지점에서 포르투갈선수와 충돌하며 넘어지는 바람에 꼴찌로 골인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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