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경보 한 발은 늘 땅에 닿아있어야

입력 2000-09-28 18:51수정 2009-09-2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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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로 달리다 경고 3번으로 실격한 제인 새빌.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

28일 열린 육상 경보 여자 20㎞.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선두다툼을 벌이던 3명이 실격으로 우수수 탈락하고 착실하게 뒤를 따르던 선수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따내는 보기드문 사건이 벌어졌다.

경보는 말그대로 빨리 걸어야 이기는 경기. 그러나 경기 규정상 한발은 항상 땅에 닿아 있어야 하며 땅에 닿은 발은 펴져 있어야 한다.이를 3번 어기면 실격처리된다.이 때문에 경쟁중 뛰기 않기 위해선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바로 이날 경기에서 실격에 의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16㎞를 지날때까지 류홍유(중국) 엘리자베타 페로네(이탈리아), 제인 새빌(호주) 등 우승후보들이 선두그룹을 형성, 피말리는 1위다툼을 벌였다. 올림픽에 첫선을 보인 경기인만큼 초반부터 경쟁이 심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미 2번의 경고를 받고 있는 상태.

먼저 류홍유가 탈락했다. 이부분 최고기록(1시간27분30초) 보유자이자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류홍유가 18㎞지점에 이르러 승부수를 띄우며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세 번째 파울을 범한 것. 심판은 가차없이 실격을 명령했다.

한명의 경쟁자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페로네가 한껏 피치를 올려 선두로 나섰다. 페로네는 이때까지 경고를 하나도 받지 않아 자신있게 치고 나가며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그게 화근이었다. 연이어 경고를 2번 받은데 이어 결국 레드카드가지 받아 코스밖으로 쫓겨나게 된 것.

운좋게 선두로 나선 새빌은 ‘이제 우승은 내거야. 욕심내지 말아야지’ 하며 여유있게 레이스를 펼쳤고 10만 홈관중의 환호속에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입구로 들어섰다. 그런데 조용히 뒤를 따르던 왕리핑(중국)이 20m차로 따라붙자 위기의식을 느껴 급피치를 올리다 불과 피니시라인을 200m도 안남기고 레드카드를 받아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반면 거북이처럼 차분히 레이스를 펼친 왕리핑은 1시간29분5초로 이 종목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왕리핑은 “금메달은 생각도 못했다”며 금메달의 행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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