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육상]아마랄, 金보다 값진 꼴찌의 완주

입력 2000-09-24 19:20수정 2009-09-22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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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한 선수’

24일 열린 시드니올림픽 여자 마라톤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특별초청한 동티모르의 아귀다 아마랄(28)이 있었다.

4명의 자녀를 둔 아마랄은 인도네시아와의 내전중에 오빠를 잃는 아픔을 겪는 등 얼마전까지만 해도 피냄새와 함께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IOC가 올림픽을 통해 동티모르의 독립열망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출전을 허용했고 아마랄은 4명의 동료와 함께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아마랄은 마라톤에서 신고 뛸 운동화 조차 없었다. 생애 3번의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서 3시간 이내에 뛰어본 적도 없었다.그나마 시드니 도착이후 88서울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로사 모타(포르투갈)가 무료로 코치를 자원하고 나서는 등 쏟아지는 관심이 큰 도움이 됐다.

드디어 경기당일. 1m43의 단신인 아마랄은 오랜 내전으로 희망을 잃은채 신음하고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달렸다. 결승점인 올림픽스타디움이 보이기 시작하자 아마랄은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냈다. 3시간여의 사투 끝에 마침내 올림픽 스타디움안으로 들어선 순간 아마랄은 두손을 번쩍 치켜들며 트랙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두 손을 부여잡은채 엎드려 기도를 올리는 순간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경기감독관이었다.“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어요. 400m 트랙을 한바퀴 더 돌아야 돼요”.아마랄은 황급히 다시 일어나 트랙을 돌기 시작했고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속에 결국 3시간10분55초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54명의 참가선수중 9명이 기권한 가운데 아마랄은 45명의 완주선수중 43위.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동티모르를 상징하는 화려한 색깔의 스카프를 꺼내든 아마랄은 “동티모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개막식이 하이라이트였지만 오늘 내가 이룬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며 스스로의 성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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