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음반 직배사, 가요시장 본격 진출의 속내

  • 입력 2000년 9월 15일 13시 23분


최근 유니버설 뮤직과 음반 계약을 맺은 김장훈 김민종 이승철(위에서 아래로)
최근 유니버설 뮤직과 음반 계약을 맺은 김장훈 김민종 이승철(위에서 아래로)
음반 직배사들이 본격적인 가요 시장 공략에 나섰다. 도레미 레코드, 예당 음향 등 국내 음반사들이 독점해온 가요 시장에 최근 들어 외국 음반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 이들 업체들은 스타급 가수를 영입하는가 하면 시장성 있는 가수들의 음반을 직접 유통하거나 유망주를 키우는 방식으로 가요 시장을 넘보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가요 음반을 준비하는 곳은 유니버설 뮤직. 지난 9월초 김민종 김장훈과 2년 동안 3장의 음반(정규 앨범 2장과 라이브 베스트 앨범)을 내는 조건으로 각각 10억, 9억원의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승철의 경우 10억원의 선수금을 주고 음반 유통을 대행하기로 했다.

'EMI'와 '소니 뮤직'도 윤종신, 소냐의 음반 유통을 맡는 조건으로 거액의 계약금을 지불했다. 아직 '유니버설 뮤직'처럼 가요 팀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

'유니버설 뮤직' 마케팅 팀 오윤성 과장은 "이제 직배사도 가요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며 "로열티 22~23%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에 재투자되기 때문에 외화 유출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BMG 뮤직'은 신인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수억원의 스카우트 비용을 쓰기보다 가능성 있는 뮤지션을 키워나가겠다는 것. 지난해 여성 록커 서문탁의 음반을 기획해 1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자체집계)를 올린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한국 BMG 뮤직' 마케팅 팀 최숙종 씨는 "국내 음반 시장에 서 팝의 시장 규모는 30%가 되지 않는다"며 "직배사도 가요 시장에 진출해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만장이 플래티넘, 5만장이 골드였던 팝 음반 판매량이 올 들어 각각 6만, 3만장으로 줄어들 정도로 팝 시장이 위축됐다는 게 음반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배사의 가요시장 진출이 '장미빛'인 것만은 아니다. 가요 음반을 기획하거나 홍보할 인력이 태부족인데다 제작 시스템 없이 유통만 하는 업체의 경우 수억원의 선수금을 날릴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음악이 전면 개방될 것으로 보이는 2002년 경에는 세계 2위의 막대한 시장 규모와 철저한 마케팅을 자랑하는 일본 의 음반사들이 국내 가수를 영입할 것으로 보여 살아남기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직배사의 가요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한 가요 관계자는 "국내 음반사들이 소수의 스타급 가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다양한 장르에서 신인을 찾아내 키우지 않으면 가요 시장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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