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심상찮은 잔병…홈런왕 2연패 '흔들'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5분


‘어∼, 등도 아프고 어∼, 무릎도 아프고.’

삼성 이승엽(24)에게 2000시즌은 유달리 힘겨워 보인다. 시즌내내 그의 발목을 잡아매고 있는 부상 때문이다.

한번도 성한 몸으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을 정도로 올해는 유난히 잔병 치레가 잦다.

시즌초엔 손목 부상에 시달리더니 중반엔 등 근육통이 그를 덮쳤다. 지난해말부터 목부근부터 등 아래까지 시큰시큰하던 근육통이 다시 도진 것. 매일 트레이너로부터 맛사지를 받고 겨우겨우 타석에 들어섰으나 최근엔 3게임째 선발출전에서 제외될 정도로 상태가 심해졌었다.

그에게 치명타가 된 것은 29일 대구 해태전. 3회말 공격에서 느닷없이 2루에서 3루도루를 시도,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쪽 무릎을 삐끗했다. 경기중 교체돼 팀지정병원인 대구 세명정형외과에서 진찰받은 결과는 ‘단순 염좌’. 사람들이 흔히 ‘삐었다’고 하는 증세였다.

하지만 이튿날까지 상태가 안 좋아 결국 이승엽은 96년 9월19일 전주 쌍방울전 이후 497경기 연속출전을 마감해야 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3루도루를 한 것에 대해 주위에선 말들이 많다. 이승엽의 올시즌 도루수는 겨우 4개. 빠른 발도 아닌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 하지만 그는 “뛸만한 상황이었다. 2―4로 뒤져 있는데 1사 2루와 1사 3루는 큰 차이가 있다. 팀을 위해 뛰었다”고 말한다. 3루도루를 한 뒤 그는 결국 득점에 성공했다.

이 부상으로 이승엽은 앞으로 3∼4경기 출전이 힘들 전망. SK와의 경기를 위해 인천에 원정가 있는 그는 8월 31일에도 인근 병원을 찾아 물리치료와 레이저치료를 받았다. 삼성 남종철트레이너는 “부기는 조금 가라앉았다. 일단 러닝이 가능해야 경기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1일이나 2일 러닝상태를 체크해봐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나서더라도 당분간은 정상적인 배팅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시드니올림픽도 그렇고 홈런왕 2연패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다. 한창 ‘국민스타’로 각광받았던 지난해 요맘때와 달리 우울한 2000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승엽은 “이곳저곳 쑤신 몸보다는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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