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인덱스펀드 "세계증시 이끈다"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56분


국내증시를 둘러싼 외국인 투자자금의 동향과 관련, 인덱스펀드의 움직임이 주목을 끌고 있다.

5월 이후 한국과 미국 증시간 동조화의 주역으로서 최근 국제투자자금이 홍콩 중국에서 대만 한국으로 이동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인덱스펀드라는 분석이다.

인덱스펀드(Index Fund)란 투자대상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일부 종목이나 업종 만을 골라 그 비중대로 편입시킨 펀드. 모건스탠리지수(MSCI지수)같은 모델지수상의 업종별 국가별 투자비중을 그대로 편입비율로 쓴다. ‘남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포기하되 적어도 남보다 더 잃지는 말자’는게 운용 원칙이다.

인덱스펀드는 미국의 경우 90년 22개(자산 43억달러)에서 올 4월 209개(3464억달러)로 폭증했다. 거래비중도 2%미만에서 10%남짓으로 증가했다.

인덱스펀드가 세계증시에서 기술주펀드들로부터 주도권을 넘겨받기 시작한 것은 4월 중순의 나스닥 폭락 이후.

E*미래에셋증권 이정호 과장은 “정보통신주에 집중투자하는 기술주펀드들의 위세에 눌려 시장수익률도 못 내던 아시아태평양펀드 등 전통적인 펀드들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대부분 인덱스펀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가 국내증시에 가져온 것이 업종별 동조화 현상. 세계증시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증시에서 특정업종의 주가가 오르면 그 업종의 편입비중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인덱스펀드에 편입돼 있는 같은 업종의 국내종목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들어오는 패턴이 굳어졌다. ‘기술주 열풍’에 따라 국내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이 통째로 나스닥시장을 따라가던 종전의 동조화와는 다른 양상이다.

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이다. LG투자증권 변성윤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업종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상승/하락과 삼성전자 및 현대전자에 대한 순매수/순매도가 일치한 날짜의 비율은 6월 62%에서 7월 70%, 8월 79%로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중 거래소 및 코스닥의 종합주가지수와 나스닥지수간 상관관계 정도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변 연구원은 “최근 중국 홍콩에서 대만 한국으로의 국제투자자금 이동 양상도 인덱스펀드의 투자방식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대만 한국에는 중국 홍콩 등과는 달리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도체업종에서 인덱스펀드 편입종목들을 갖고 있다는 설명. 그는 “세계 증시가 안정된 방향을 잡기 전까지는 인덱스펀드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업종별 동조화 경향도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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