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주상복합신축 반대" 백석동 주민들 투표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03분


건설업체의 특혜시비와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강력히 반대해온 경기 고양 일산 신도시 백석동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주민들이 그동안 지역 현안과 관련해 서명운동이나 소송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 적은 많았으나 투표 방식으로 의사를 결집시키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투표결과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올 경우 용도변경안을 가결해준 고양시의회와 고양시, 그리고 최종결정을 남겨둔 경기도는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백석동 주민들은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백석동 주민(4만1000여명) 중 만 19세 이상 2만5000여명을 상대로 ‘55층 주상복합건물 신축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주민들은 이를 위해 17개 단지별 주민대표와 고양시민회 고양청년회 대표 등 50명으로 ‘백석동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단지별 관리사무소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다음달 4일 오후 5시 투표함을 수거, 백석동 5단지 삼호 풍림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개표하고 그 결과를 고양시와 경기도에 전달할 예정이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법 13조 2항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해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이번 투표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주민자치권을 확대하려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고양청년회 박정범 회장(34)은 “주민들이 지난달에 주민총회를 열고 고양시장에게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번에 직접 주민투표에 나서게 됐다”고 밝히고 “주민들의 반대의사를 최대한 결집해 반드시 용도변경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올 초 용도변경안 공람공고 결과 주민 3만1846명이 보낸 의견 중 약78.8%(2만5105명)가 찬성했다는 의견을 첨부한 바 있다”며 용도변경에 법적인 하자가 없는 만큼 이번 투표결과도 그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인권 경기도 제2청 지역개발국장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검토하고 처리해야 할 사항이어서 주민들이 반대의사를 내놓아도 처리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부지는 당초 출판문화단지 용도였으나 ㈜요진사업이 이 부지를 매입한 뒤 55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10개 동을 짓기 위해 주거용도로 변경을 신청, 고양시와 고양시의회의 행정절차를 거쳤으며 경기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일산〓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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