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녹슨 못이 된 솔로몬'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56분


엄마한테 혼날땐 잠깐동안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

덩치 큰 동네 형이 못살게 굴 땐 킹콩이나 고질라가 되고 싶다. 가끔은 손바닥만한 난장이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이스크림 한 개도 내 키 만큼 클테니까.

어른들도 ‘이몸이 새라면’ 하면서 노래를 부르지만, 어릴땐 누구나 변신을 꿈꾸어본다.

이 책의 주인공인 토끼 솔로몬은 진짜로 변신한다. (얘기 속에서 진짜니까, 결국은 가짜라고 해야되나?)

방법은 간단하다. 점잖지는 않지만, 콧구멍을 후비면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된다.

멋진 왕자가 되냐구? 아니다. 솔로몬이 그 마술을 쓰면 녹슨 못이 된다. ‘난 못이 아니라 토끼야’라고 생각만 하면 토끼로 돌아온다. 별것 아닌가? 침대 속에서 갑자기 사라져 엄마를 놀라게 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솔로몬, 어느날 칼 든 애꾸눈 고양이에게 잡히고 만다. 못이 되어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고양이가 집 벽에 망치로 ‘못’을 박아버리자 말그대로 빼도박도 못하는 몸이 된다. 솔로몬은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났을까?

본문을 나누어 중간에 그림을 넣기도 하고, 그림을 나누어 중간에 글자를 넣기도 하고, 두 면에 그림을 가득 싣기도 한 다양한 페이지 편집이 책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펜화의 강한 인상과 수채화의 산뜻한 색상이 잘 어울린 그림에도 점수를 줄만 하다.

참, 잊을 뻔 한 얘기인데, 어떤 도깨비는 낮에 책으로 변신해있다가 책을 구기거나 함부로 내던지는 어린이가 잠들어 있을 때 뿅! 나타나 혼내준다는 설(?)도 있다. 조심하자.

▼'녹슨 못이 된 솔로몬'/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시공주니어/ 7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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