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롯데호텔 장기 파업의 교훈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52분


74일이나 끌어온 롯데호텔의 장기 파업이 노사가 조금씩 물러서는 절충을 통해 타결에 이른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조측도 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쟁점에서 상당한 양보를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회사가 많이 양보한 것을 노조가 받아간 인상을 준다.

롯데호텔은 파업 기간에 객실 투숙률이 전년 동기대비 50%로 떨어지면서 450억원 가량의 금전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국 최대의 호텔이 장기간 파업을 함에 따라 국가와 회사의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손실은 얼마인지 계량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롯데호텔이 단체교섭 초기부터 보다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왔더라면 이러한 유형 무형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파업이 장기화한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과잉 대응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음주진압 논란까지 부른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으로 민주노총이 개입하면서 1개 사업장의 노사 문제가 노정(勞政)문제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의사폐업 사태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집단이기주의를 우려하는 발언을 하면서 경찰은 관계기관 간에 충분한 협의도 없이 진압작전에 돌입했다. 파업 현장에 대한 경찰의 개입은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 롯데호텔 파업은 보여주었다.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한다.

노조측도 영업방해 기물손괴 폭언 점거농성 등 불법적인 행동으로 결국 경찰 진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할 것이다.

노사분규 과정에서 터져 나온 성희롱 피해 여직원의 집단 고소는 여직원 수가 270명에 이르고 여성단체까지 가세함으로써 별개 사건으로 커졌다.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진상을 알 수 있겠지만 ‘술 따르게 하기’ ‘블루스 강요’ 등은 과거에 용인되는 행위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됐다. 롯데호텔 사건을 거울삼아 한국의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폭 늘렸다. 롯데호텔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직원의 56.9%로 우리나라 전체 평균 53%보다 높았다. 올해 단체교섭에서 중요 이슈로 떠오르는 비정규직의 복지 향상에도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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