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세리 '상심의 계절' 터널끝은 어디인가

  • 입력 2000년 7월 31일 18시 36분


박세리(아스트라)가 올시즌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은 지난 두 시즌보다 집중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것. 게다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스윙에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어 ‘슬럼프탈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그의 올시즌 가장 큰 약점은 그린미스(레귤러온에 실패한 것)했을 때 파세이브가 버겁다는 점.‘골프천재’타이거 우즈(미국)도 레귤러온 확률은 70% 안팎에 불과하다. 그가 세계최강을 구가하는 비결은 바로 30%의 결점을 뛰어난 집중력으로 커버해 나가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31일 벌어진 자이언트이글클래식 최종 라운드 12번홀(파3)에서도 원온에 실패한 뒤 두차례의 칩샷으로 겨우 3온, 11번홀에 이어 연속보기를 범하며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이에 대해 권오철프로는 “우승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다”며 “세리가 첫 홀을 보기로 출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를 만회하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니 실수가 많았다”고 분석.

권프로는 또 “파워스윙을 구사하는 박세리가 무리하지 않은 스윙을 구사하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보다는 무너지기 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박세리가 명실공히 세계톱클래스의 골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모 아니면 도’플레이스타일을 지양해야 한다”고 충고.

한편 이일안프로(전KPGA회장)는 박세리가 전담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결별’한 이후 스윙이 흐트러졌다고 평가. 백스윙이 너무 높은 업라이트스윙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고 큰 근육을 이용한 스윙이 아니라 손목으로 컨트롤샷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요한 것은 ‘잘 풀릴 때’가 아니다 ‘꼬일 때’도 흔들림없는 일정한 샷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손장난 스윙’은 정작 중요할 때 낭패를 범하기 십상이라는 것.

이프로는 또 박세리가 아직 새로운 전담코치를 고용하지 않은 것은 ‘아집’이라고 평가.

타이거 우즈가 실력이 없어서 전담코치 부치 하먼을 주요 대회에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뒤 안가리고 달려들던 루키시즌과 달리 요즘 박세리의 머릿속은 ‘잡생각’으로 꽉 들어차 있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게다가 우승물꼬는 후배인 박지은이 텄고 김미현은 자신보다 잘 나가고….

이틀 연속 공동선두를 마크하며 다잡았던 ‘자이언트이글’을 날려버린 박세리가 이번 충격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암울한 터널’을 빠져나오기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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