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피임법 발달 무자녀族 늘어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19분


컴퓨터 소프트웨어 컨설턴트인 제이슨 질(31)은 요즘 주말이면 차를 몰고 새 집을 보러 다닌다. 그는 부겐빌리아 꽃이 만발하고 손바닥만한 뜰이 있는 지금의 집을 포기하기가 정말 싫지만 이사온 지 3년만에 주변 환경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

주변환경의 변화란 옆집에 사는 부부가 아기를 낳은 것이다. 그 집과 질의 집이 상당히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질은 매일 아이가 우는 소리, 칭얼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게다가 건너편 집에 살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와 두 남자아이는 질의 집의 포도나무 담장 사이로 집안을 엿보곤 했기 때문에 질은 담장을 단단한 나무로 바꿔야 했다. 그런데 담장을 바꾸고 나니 두 남자아이는 그 담장을 축구 골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집단별로 분류할 때 적용하는 기준 가운데 요즘 들어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아이의 유무이다. 요즘 부모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기업들은 여러 가지 새로운 조치를 취해 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아이의 대학교육비를 저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질은 세상을 약간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직장동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그들이 아이 낳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고용주들은 아이가 있는 직원이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질처럼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근무시간을 늘려줄 것을 기대한다. 게다가 직장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이라는 것은 출산휴가, 출산비용 부담, 부양가족에 대한 의료보험 등 아이가 있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질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적지 않다. 뉴욕의 한 연극 비평가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직 맨’이라는 작품의 시연회가 열리는 동안 주변을 마구 뛰어다니며 소란을 떨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에게 “제발 당신 애새끼들 좀 어떻게 해보시오”라고 말했다가 모든 신문의 가십거리가 되고 말았다. 또 가족용 호텔이라고 자신을 홍보하는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의 간판에는 돈을 내는 숙박객이 아닌 18세 이하의 어린이는 호텔 안에 들어올 수 없다고 쓰여 있다.

또 자녀를 원치않는 사람들이 ‘차일드 프리(Chiid Free)’운동을 벌이면서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만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정부 및 기업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이벤트를 마련해주는 단체인 ‘노 키딩’은 5년 전만해도 지부를 2개밖에 갖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47개의 지부를 갖고 있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의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의 세계에서 부부 중 한 사람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시트컴스(SITCOMS:Single Income, Two Children, Oppressive Mortgage, 돈 버는 사람은 하나, 아이는 둘, 힘에 겨운 주택 담보대출금)’,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할 만큼 ‘머리가 깨인’ 사람들은 ‘싱커스(THINKERS:Two Healthy Incomes, No Kids, Early Retirement, 건전하게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둘, 아이 없음, 조기 은퇴)’라고 불린다.

왜 지금에서야 유독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지난 30년 동안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피임약이 등장하면서 아이를 낳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일로 바뀌었고, 여성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이 직장으로 대거 진출하는 바람에 기업은 직원 가족을 위한 복지조치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아이들과 불임인 사람이나 동성 커플조차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기술 덕분에 때로는 세상이 아이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질은 이 사회가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을 심어준다며, 만약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을 편안하게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버려지는 아이들과 스트레스에 지친 어른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의 신혼주부인 모니카 라이트너(25)는 지난해 말에 질의 주장과 똑같은 주장을 의사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거의 싸우다시피 해야 했다. 난관을 폐쇄시키는 불임수술을 해달라고 했더니 의사는 언젠가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며 오히려 그녀를 설득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의사는 그녀에게 정신과에 한 번 가보라고 권유했고, 그녀가 그것도 거절하자 그녀를 다른 의사에게 넘겨버렸다. 두 번째 의사는 자기가 불임수술을 해준 여자 환자가 나중에 수술 받은 것을 후회해서 자살을 해버렸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모니카는 수술을 받겠다고 마음먹은지 6개월만에 또 다른 의사를 찾아서 간신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모니카는 “사람들은 내게 계속 불임수술이 평생에 걸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것이 더욱 평생을 좌우하는 선택이다. 그런데도 내가 만약 아이를 낳겠다고 했다면 내게 아이를 낳지 말라고 설득할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723mag―kid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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