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김강자서장 에세이집 발간계기 公娼논란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20분


서울시내 5대 사창가 중 하나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은 관할 서울 종암경찰서에 여성인 김강자(金康子)서장이 부임한 이후 사실상 미성년자 매춘이 사라진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관청의 허락을 받고 매춘을 하는 공창(公娼)이 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문제가 김서장에 의해 제기됐다.

김서장은 27일 발간 예정인 자신의 에세이집 ‘나는 대한민국 경찰이다’에서 간접적으로 공창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기사▼

- '매춘' 까발린 김강자 서장의 '미아리 에세이'

▼문제 제기▼

김서장은 에세이집에서 “종암경찰서는 현재 △미아리 매춘여성 전원의 신상을 전산 입력해 관리하고 있고 △이들의 전출입 신고를 의무화했고 △이들에게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매월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매춘여성들에게 주 1회씩 검진을 받게 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유로운 외출과 휴일이 보장되는지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장은 또 매춘여성의 입을 빌려 간접적으로 공창 문제를 제기했다. 한 매춘여성이 김서장과의 대화에서 “나라에서 공창을 통해 우리 같은 사람을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에세이집에는 이 여성이 “어차피 룸살롱이나 안마시술소 같은 곳에서 매춘은 얼마든지 이뤄진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사람이 돈 안 떼이고 폭력을 당하지 않게 하려면 나라가 공창 같은 제도를 통해 우리를 관리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주장했다고 적혀 있다.

김서장도 “나는 경찰이기 때문에 불법은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매춘여성들의 인권과 권익 보호를 위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아리는 국가가 관리하는 공창으로 볼 수 없으며 나는 근본적으로 매춘이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간접적으로 시사했듯 미아리에 대한 경찰의 통제는 국가가 세금을 걷지 않을 뿐 이미 공창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논쟁▼

김서장의 문제제기는 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야기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권수현(權修賢)사무총장은 “공창은 그 사회가 매춘 자체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총장은 “매춘의 인정은 ‘남성은 여성과는 달리 성욕을 절제할 수 없으므로 배설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일부 남성을 위해 여성을 희생시키는 제도인 공창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매춘’의 저자인 서원대 정치외교학과 박종성(朴鍾晟)교수는 “이미 매춘은 우리 사회의 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으며 그것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연구 결과 서울에만 매춘여성이 80여만명, 전국적으로 450여만명이 매춘과 관련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매춘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이 많은 사람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매춘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창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공창이 시작된 것은 1904년. 일제가 서울 중구에 ‘신정 유곽’을 만든 것이 유래다. 공창에서는 경찰의 엄중한 감독 아래 ‘공정가격’에 의해 성(性)이 팔렸고 세금도 부과됐다.

광복 직후인 1946년 5월 미군정에 의해 ‘부녀자의 매매 또는 그 매매계약의 금지에 관한 법령’이 공포됐고 47년 정식으로 공창 폐지령이 내려졌다. 이때부터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사창이 성행하기 시작했고 미군을 대상으로 한 기지촌도 형성됐다.

61년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만들어지면서 매춘은 법적으로 완전히 ‘불법’이 됐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접대문화’가 성행하면서 매춘은 더욱 보편화됐다. 국가도 매춘을 근본적으로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매춘을 지역별로 관리하는 준(準)공창을 사실상 인정해왔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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