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바람…물소리… "한강이 품 안에"

  • 입력 2000년 7월 25일 20시 59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강변 아파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강변아파트 중 대표적인 곳은 지난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신정동 서강 LG빌리지. 한강을 볼 수 있는 로열층 아파트 값이 1년 사이에 최고 1억2000만원이 오를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입주한 아파트 중 가장 많이 오른 곳. ‘한강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집값이 이렇게 오를 수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아파트 103동 2102호에 사는 화가 김애숙씨(48) 집을 방문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승용차로 10분이 채 안 걸리는 김씨의 집을 처음 방문한 날은 수은주가 30도를 훨씬 넘는 때였다. 그런데도 거실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열린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강 바람 때문에 실내에선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장마철 습도가 높은 낮에도 전혀 끈적거림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씨 집 베란다에 나서자 눈 앞으로 꽉 차게 한강물이 넘실대고 그 중간쯤에 푸른 숲으로 뒤덮인 밤섬과 빨간 색의 서강대교가 보였다. 강 건너편으로는 여의도 빌딩군이 빼곡히 들어서 뉴욕 맨해튼을 연상케 했다.

겨울에는 가을부터 날아든 다양한 철새들이 밤섬에 둥지를 틀어 갖가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씨는 “저녁 무렵 석양빛이 여의도 빌딩 숲에 반사되고 강바람에 한강이 금빛으로 출렁이기 시작하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 연출된다”고 자랑했다.

강 바람에 씻겨 실내에 먼지도 거의 없는 편. 그는 “이전에는 매일 청소를 해도 걸레가 새까매졌는데 이 곳으로 이사온 후 2,3일에 한 번만 청소해도 더러운 줄 몰라요”라고 말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강변북로를 끼고 있어 승용차 질주 소음이 심해 창문을 열어놓기가 쉽지 않은 것. 그는 “처음 이사와서는 승용차 소음 때문에 적잖게 고생했지만 지금은 적응이 돼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으면 아파트 단지 전체에 바다 냄새 같은 비릿한 물 냄새가 진동하는 것도 문제.

그러나 장점이 더 많다. 베란다 앞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을 보면서 식구끼리 대화하는 일이 많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 또 베란다에 간이 테이블을 놓고 야경을 보면서 차나 맥주 등을 마시면 국내 최고의 스카이라운지에 온 느낌이다. 그는 “추상작품을 하기 때문에 베란다 앞 풍경이 직접 작품소재로 쓰이는 일은 없지만 작품 구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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