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여행 바가지 판친다…입장료 5배 부풀리기도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38분


지난주 가족과 함께 러시아 여행을 간 회사원 이모씨(34)는 페테르부르그의 한 민속공연장 앞에서 어이없는 일을 경험했다.

가족과 함께 공연장에 들어가려던 이씨에게 한국인 관광단을 인솔해 온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다가와 대뜸 입장권을 얼마에 샀느냐고 물었다. 현지에 유학중인 처제가 나서 한 사람당 10달러에 샀다고 하자 그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입장권 가격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이 안내한 관광객들에게는 한 사람당 50달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는 해외 단체관광객들이 현지에서 흔히 당하고 있는 ‘바가지’의 한 유형. 이번 여름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이 10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현지 가이드들에게 ‘눈뜨고 코 베이는’ 식의 바가지를 당하고 있다.

▼바가지 실태▼

지난달 4일부터 7일까지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휴가를 갔다온 회사원 김모씨(29). 만리장성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다른 곳에서 해양쇼를 본 김씨는 현지 가이드의 요구대로 각각 25달러의 탑승료와 입장료를 지불했다. 그러나 나중에 가격을 확인해보니 실제 가격은 15달러와 10달러였다.

지난달 싱가포르와 태국을 갔다온 박모씨(34)도 같은 경험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50달러를 주고 나이트 투어를 했으나 뒤에 확인한 결과 15달러짜리였으며 태국에서는 10달러인 알카자쇼와 20달러 하는 전통지압도 각각 30달러와 50달러를 지불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지난해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한 남모씨(27)는 귀국하기 전 시드니 부근 한인촌에서 로열제리 선물세트를 110달러에 샀다. 남씨가 물건값을 지불하고 돌아서자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에게는 똑같은 로열제리를 무려 190달러에 팔았다.

태국에서 가이드 생활을 한 박모씨(33)는 “가이드들이 데리고 가는 가게는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가격표가 물건에 붙어 있어 관광객들은 바가지 쓴 사실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3000여개에 이르는 국내 여행사들의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대부분의 여행사가 현지 가이드들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입장료에서 생긴 차익이나 가게 등에서 받는 커미션을 수입으로 삼도록 하고 있는 탓이다. 가이드에게는 어느 가게 물건이 더 싸고 좋으냐보다 어디가 커미션을 더 많이 주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바가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광객들 자신이 입장료 등을 직접 확인해보는 등 세심한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여행전문가들의 충고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이병주(李炳珠)팀장은 “소비자들이 직접 여행관련 웹사이트나 관공서에 문의해 여행사가 제시하는 옵션관광의 정확한 가격 정보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두·최호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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