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호 산자부장관]"경쟁력 키울 신산업정책 필요"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53분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산업정책을 서둘러 세워야 합니다.”

산업자원부를 맡고 있는 김영호(金泳鎬)장관이 취임 6개월만에 동아일보를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정책은 재정 금융에 중심을 두어 왔다. 김장관은 그러나앞으로는 산업정책에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자 시절 예리한 통찰력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낸 김장관의 신산업정책론을 들어본다.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느꼈던 소감은….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만 둘 생각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경제정책을 꾸려 가는 조직의 틀이 너무 잘못 만들어져 있어 산자부 장관으로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여건만 탓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가장 역점을 두는고 싶은 대목은….

“우리나라에는 산업정책이 없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무엇으로 먹고 살아갈지 암담하다. 제대로 된 산업정책을 마련해 나라 경제를 다시 세우고 싶다.”

―산업정책하면 구시대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된 인식이다. 미국과 일본도 지금 이 순간에 산업정책을 펴고 있다. 요즘의 산업정책은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체질이 강화되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신산업정책이다.”

―지금 구상중인 신산업 정책의 골자는….

“우선 기업의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 창업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작업은 국가적으로 지원하겠다.”

―유한회사 육성 방안을 제시한 배경은….

“기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 위해서이다. 기술력 있는 소규모 형태의 기업을 크게 늘려야 한다.”

―신산업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IMF로부터 벗어났다는 말은 ‘급한 불’을 껐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기 극복의 힘은 수입 자제와 인건비 억제, 고환율 그리고 헝그리정신 등이었다. 지금은 이 네 가지가 다 없어졌다. 이제는 기술과 경쟁력으로 나가야 한다.”

―내년도 무역수지를 걱정한 것으로 들었는데….

“지금 산업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올려놓지 않으면 곧 무역적자가 날 수 있다. 앞으로 적자가 나면 그건 과거 무역적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파괴력이 실로 엄청날 것이다. 국제신인도는 물론 증권 시세에까지 악영향을 준다.”

―대우차를 매각하면서 산업정책이 반영됐는가.

“매각조건에 기술 이전과 글로벌 플랫폼을 만든다는 조건을 넣게 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국이 산업전략 없이 자동차를 팔아 망했다. 우리는 자동차 부품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본다.”

―정유사의 왜곡된 가격 결정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은 없나.

“정유사들이 사실상 경쟁이 아니고 과점 체제인 것이 문제의 뿌리다. 따라서 진정한 경쟁체제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유사가 지금보다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석유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하고 전자상거래망을 구축해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국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중인 동북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남한과 북한,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 중국을 잇는 방대한 사업으로 동북아 경협의 핵심이다. 국내 에너지 정책의 쟁점인 한국전력을 분할, 민영화하는 것도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또 에너지문제를 담당할 수 있는 에너지 담당청 신설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다.”

―전통산업과 정보통신산업간의 접목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나.

“전자상거래망은 이제 많이 깔았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이젠 ‘비즈니스〓e비즈니스’가 돼 e라는 말이 필요 없어진다. 기업들의 전자상거래 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자부는 3년간 ‘B2B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나서고 있다.”

<정리〓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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