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 수탁고 1년만에 증가세로 반전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47분


자본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달 채권시가평가제 실시 등을 앞두고 정부가 쏟아 놓은 각종 안정책이 ‘약효’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 쏠렸던 시중 자금이 투신쪽으로 일부 환류되면서 주식 채권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고객 자금이 빠져나갔던 투신 증권사 고객 수탁고가 1일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3일 하루 무려 1조9000억원이 투신 증권쪽에 유입됐다. 이같은 유입세에 힘입어 투신권은 최근 주식시장 호조세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금성 현대투신증권 이사는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투신권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고객환매 요청 물량과 비교해 볼 때 투신 입장에서는 주식을 순매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 자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던 은행권도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려 기업 자금난은 한층 풀이 꺾였다. 대한투신 권경업 채권투자팀장은 “평균적인 신뢰도를 갖춘 기업들은 자금난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개선됐다”며 “그러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사채발행 자체가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6월 현대그룹 유동성사태가 진정되면서 하락세로 들아선 채권 금리는 4일엔 8.21%(3년만기 국고채 기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LG증권과 현대증권이 이달 초를 목표로 각각 1조5000억원, 8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 후순위채펀드) 판매를 준비하고 있어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 안정은 역설적으로 채권시가평가제의 충격이 크지 않았음을 반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투신권을 비롯한 금융기관 신탁상품의 부실이 파악되면서 투자가들의 신뢰도 한층 개선됐다. 더욱이 투신권에 주식형사모펀드 퇴직신탁 등 ‘숙원 상품’ 판매를 허용하고 개인연금신탁도 신설 투신사에 전면 허용하면서 투신 상품에 대한 매력은 크게 높아진 상태. 투신권이 욕심을 내는 비과세상품도 이달 국회에서 관련 법규가 통과될 예정이다. 김재찬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펀드까지 클린화된 상황에서 여유 자금이 갈 곳은 투신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장은 조심스럽게 안정권에 들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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