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리포트]투자잣대는 기술보다 사업성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08분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의 비결을 알고 싶어한다. 벤처경영의 대가인 뱁슨대의 제프리 티몬스 교수는 역설적으로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비결이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라고 말한다. 훌륭한 기업가는 타고나기보다는 만들어진다. 한 번 해보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나약한 의지와 금방 결실을 얻으려는 조급함 대신 사업에 자신을 던져 넣을 정도로 강하게 몰입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7000여개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활동하는 실리콘밸리에선 다양한 유형의 기업가들을 만날 수 있다. 스탠퍼드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처럼 소수의 창업팀으로 회사를 시작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유형. 둘째는 실리콘그래픽스, 넷스케이프, 마이CFO를 차례로 창업해서 성공시킨 짐 클라크처럼 한 기업에 계속 머물지 않고 계속 옮겨가는 사람들이다. 셋째는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처럼 기업 인수를 통해 회사를 발전시키는 유형이고, 넷째는 야후의 제리 양처럼 CEO는 외부에서 영입하고 자신은 계속 기업비전을 창출하고 발전시키는 전도자 역할을 담당하는 유형이다.

MBA 출신인 존 챔버스는 창업자는 아니지만 95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후 A&D(인수 개발)를 통해 시스코를 급속히 발전시켜 90년 상장당시 7000만달러이던 연간매출액을 지난해 122억달러로 늘리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야후의 제리 양이 전문경영인 팀 쿠글을 CEO로 맞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야후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창업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성공적으로 변신을 하거나 우수한 경영전문가를 CEO로 영입해야한다. 실리콘밸리에선 벤처기업 창업자가 CEO에서 물러나고 외부에서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면 주가가 오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기술보다는 사업성을 중시한다. 한 인터넷기업 CEO는 “사업 전체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기술만 있으면 금방 사업에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많은 벤처기업가들과 생각의 차이가 크다. 외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술보다는 마케팅과 경영 능력, 기업 전략이 경쟁에서 이기는 데 몇 배나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가장 어리석은 기업가는 기업 성장에 필요한 것 가운데 자신이 무엇에 약한지 모르는 사람이다. 특히 엔지니어출신의 창업자들에게서는 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경영 능력의 배양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술적 배경을 가진 창업자가 모든 경영 지식을 다 갖추기는 어렵다. 기술 부문 역시 복합화돼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개인 창업보다는 서로 보완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 팀 창업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팀이 아닌 단독 창업의 경우에는 투자받기 어렵다. 실리콘밸리의 유력한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의 파트너 존 도어는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항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팀! 팀! 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ztbae@gsb.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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