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올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잇단 구설수

  • 입력 2000년 6월 28일 11시 18분


여름을 겨냥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연이어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주에 개봉해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짐 캐리의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과 흑인 영화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사무엘 L. 잭슨의 <샤프트>, 개봉을 앞두고 있는 멜 깁슨의 <패트리어트>가 그 영화들이다.

이 중 <패트리어트>는 가장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 작품이다. 미국 독립전쟁을 다룬 <패트리어트>는 강간과 살인을 일삼았던 실제 인물 프랜시스 매리언을 민중의 영웅 벤자민 마틴으로 각색해 비난 받았으며 잔혹한 묘사도 문제가 되었다.

이번에는 영국인들이 이 영화에 분개하고 나섰다. 영국군을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패트리어트>의 주요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영국군 대령 윌리엄 태빙턴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어린 아이를 총살하고 교회를 불태운다.

그가 독립전쟁에 참가한 영국 군인 밴스터 탤러튼을 모델로 한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 언론은 이를 두고 "냉전이 끝나자 영국을 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빈정댔다. 이에대해 제작사 콜럼비아 측은 "두 시간 짜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필요했다"라고 변명.

두 개의 자아를 가진 다중인격자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은 정신질환자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 정신 건강 협회(NMHA)는 이 영화가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했을 뿐 아니라 심각한 질병을 농담으로 여기고 있다"고 공격했다.

주연 짐 캐리는 "이 영화는 코미디일 뿐이다"라며 태평하게 반응했지만, NMHA 대변인 제임스 라댁은 "암이나 에이즈같은 질병을 이런 식으로 묘사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 영화를 감독한 페렐리 형제는 98년작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도 정신지체아를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해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 영화들에 비해 <샤프트>의 문제는 다소 가벼워 보인다. 흑인인 바네사 윌리엄스와 제프리 라이트가 라틴계 이름을 가진 탐정 카르멘 바스케즈와 마약상 피플즈 헤르난데즈를 연기한다는 것.

그러나 라틴계 미국인들은 라틴계 배우가 배역을 얻기 쉽지 않은 헐리우드에서 흑인영화까지 그들을 소외시킨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라틴계 잡지 편집인 실비아 마르티네즈는 "비라틴계 배우가 라틴계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개탄했다.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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