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런일이…]6·25때 한은 보관 금괴 가까스로 南下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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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입니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던 주요 이벤트를 그 날짜에 맞추어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지면개편과 함께 새로 시작되는 ‘그때 이런 일이’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를 제시할 것입니다.>>

1950년 6월27일. 한국은행 직원들이 새벽같이 출근했다. 자못 비장한 표정이었다. 6·25전쟁 직후 정부가 후퇴를 전격 결정함에 따라 한은 창고에 있던 금은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송해야 할 금은괴는 자그마치 4t반. 은행권을 전부 돈궤에 넣으려면 2만 궤짝이 필요했다. 수송하는데 필요한 철도차량만 40량. 그러나 트럭이 군 물자로 징발되느라 한은에서 확보한 차량은 겨우 트럭 한 대뿐이었다.

1t짜리 트럭에 4.5t을 싣고 겨우 한강에 도착한 시간은 27일 오후 3시경. 당시 한강 인도교에는 한국군이 이미 폭약을 장치하고 폭파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지 당하기를 두 번, “우리가 강을 건너지 못하면 돈이 없어 싸울 수 없게 된다”고 겨우 설득해 드디어 강을 건넜다. 수송 도중 수 차례 폭격을 피해가며 이틀 뒤인 29일 오전 4시반에 최종 목적지인 경남 진해에 안착했다. 이 금은괴는 추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 옮겨졌다.

이 금은괴가 북으로 넘어갔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전쟁은 한은 창립 2주만에 터졌다. 한은맨들은 조직체계도 미처 갖추기 전에 목숨을 걸어 나라 돈을 구해낸 것이다. 한은 설립 50주년에 맞는 그날의 ‘무용담’은 중앙은행의 존재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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