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진정한뉴요커▼

어느 쌀쌀한 날 오후, 나는 은행의 자동출납기 부스 안에서 M104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젊고 매력적인 여자가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들어왔다.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였다. 갑자기 여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강아지 한 마리에게 소리를 질렀다. “헨리, 그런 짓 하지마.” 강아지 헨리가 아기 양말 한 짝을 벗긴 것이었다. 여자는 양말을 빼앗아 아기에게 신겼다. 헨리는 잠시 여자를 쳐다보고 나서 다시 양말을 벗겼다. 여자는 “그만해”라고 소리를 지른 뒤 헨리를 아기로부터 떼어놓고는 은행 입구로 들어갔다. 출입문이 닫히는 순간 다른 강아지인 오스카가 문에 부딪혔다. 여자는 깔깔거리며 재밌어 했다. 오스카의 눈빛이 마치 ‘사과는 못할망정 웃다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또 ‘말썽은 헨리가 피웠는데 왜 내가 문에 부딪혀야 하나’고 한탄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나는 그 여자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혼자서 아기와 유모차, 강아지 두 마리를 다루는 방법과 문으로 강아지 엉덩이를 때리게 만드는 것까지. 그리고는 그 여자는 진정한 뉴요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진정한 뉴요커는 헨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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