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對北 경제제재 완화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미국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발표하려는 대북(對北) 경제제재 조치의 완화는 북한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높여주는 상징적인 효과가 크다. 그 내용도 새로운 것이 아니고 작년 9월 북-미(北-美) 베를린 협상에서 합의해놓고 미국 정부가 법규 개정 등 실행을 미루던 북한 상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해제, 군사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상업 수출 허용, 미국기업의 투자를 위한 대북 송금 및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허용, 북-미간 상업항공기 운항 등이다.

미국은 에너지 원조를 대가로 핵무기 개발 동결 약속을 받아낸 94년 이후 대북협상용 경제제재조치 완화카드를 20차례나 사용해 북한으로부터 “말만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샀다. 이번에 ‘매우 이른 시일 내에’ 대북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것은 베를린 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고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우선 신발 의류 전자부품 등 북한에서 임가공 생산한 제품을 미국시장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북한을 원산지로 하는 제품은 원칙적으로 미국시장에 수출할 수 없었다. 한국 기업들이 도로 항만 전력 등 북한의 SOC 투자시에도 재원조달을 위해 미국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북한산 제품 수입금지조치가 풀리더라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지 않은 적대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우대국의 2∼10배)는 그대로여서 미국시장의 직접 진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투자의 경우에도 친북 교포 기업 외에 순수 미국기업의 투자가 늘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북한이 진정한 미국의 경제적인 파트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과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을 맺어 경제협력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에 대한 제도적 보장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만이 관세인하 등을 끌어내 실질적인 미국시장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경제협력방안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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