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선의 뮤직@메일]세월의 틈만큼 달라진 남북노래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32분


가수 서유석의 어머니는 한글 서예의 선구자 갈물 이철경 여사다. 대궐의 편지글에서 힌트를 얻어 완성한 궁체는 한글 서체의 교과서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월북한 쌍둥이 언니가 북한의 기본 서체를 완성한 사람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전혀 다른 서체로 각각의 문화적 기본을 이룬 것이다.

몇 해 전 같으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붙잡혀 갈 북한 노래들을 ‘통일소녀’라는 우리 가수가 불러 음반으로 나왔다. 그 중 ‘휘파람’의 노랫말은 ‘복순이의 집 앞을 지날 때 이 가슴이 설레어 나도 모르게 안타까워 휘파람을 불었네’로 이어진다.

혁명가보다 사뭇 나은 형태의 최신 북한 유행가요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동요같은 노래다.

요즘 유행하는 김현정의 ‘멍’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너 나를 쉽게 봤어. 그렇지 않니. 너는 몰라. 너무 몰라 사랑을. 니 맘대로 나를 떠날 수 없어. 끝낸다면 내가 끝내.....’로 이어진다. 이 노래처럼 남북간에는 어찌 메꿔야 좋을 지 모를 정서적 거리감이 존재한다. 교류없이 살아 온 세월이 그만큼의 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TV에서 남북 교예단이 “반갑습네다”하면서 말끝을 약간 올리는 듯이 인사를 한다. 그것을 보고 딸아이가 말을 왜 저렇게 하느냐고 묻는다. 그들의 말씨는 북한의 표준말일 것이다. 그 말씨는 하춘화가 가요신동으로 데뷔할 때 음반에 들어 있는 말씨와 조금 비슷하다.

요즘 대학생들이 북한가요 ‘반갑습네다’를 재미있게 부른다고 한다. ‘사랑의 미로’를 중국 옌벤(延邊)조선족 노래로 알고 부르는 북한 젊은이들 또한 많다고 한다. 서로 재미있어 하지만 그것은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의 징표이기도 하다.

박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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