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칼럼]가종현/'벤처중의 벤처' 옥석 가리기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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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중의 벤처' 옥석 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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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무더운 여름날 어머니를 졸라 시장을 따라가면 늘 과일상 앞에서 떠날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자두 참외 복숭아 등 탐스런 여름과일들이 즐비했지만 나의 선택은 단연 수박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두드려도 보고, 냄새도 맡아 보고, 생긴 것도 살핀 뒤 하나를 골라 속을 따 달라고 했다. 눈대중으로 보는 방법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속을 보고 직접 맛을 보는게 제격이다. 이 방법은 어린 내 맘에도 옳아 보였다. 아직도 수박을 보면 어릴적 과일가게 아저씨가 맛보라며 삼각뿔로 잘라진 수박을 건네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는 수박을 고르는 방법과 많이 닮았다. 투자자가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감안해 좋은 벤처를 골라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벤처투자는 속을 보고 해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특히 벤처기업 ‘옥석가리기’가 한창인 요즘 투자자들에게 ‘잘 익은’ 벤처를 고르는 안목은 매우 중요하다.

벤처 고르기에는 미래 현금흐름 분석 미래성장성 동종업계분석 등과 같은 계수적 분석에서부터 최고경영자(CEO) 평가 등 질적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나는 확실한 벤처를 고르는 방법으로 삼각뿔의 수박 고르기처럼 그 기업의 문화를 평가잣대로 삼을 것을 권한다. ‘신부감을 고를 때는 그 집 어머니를 보라’는 말이 있듯 벤처의 기업문화는 벤처를 길러낸 정신적 토양이자 생산시스템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수익모델이나 시장성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화할 수 없다면 모두 공염불(空念佛)이다. 경영진에 대한 분석은 학력이나 경력 등 단편적인 지표만 사용한다. 기업문화의 평가는 매우 모호한 개념이긴 하지만 미래를 현실화할 그릇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효과적인 평가방법이다. 분석하기도 어렵지 않다.

아래 요소를 갖춘 기업은 우수한 기업문화를 가진, 즉 잘 익은 벤처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 커뮤니티 같은 벤처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벤처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e-비즈니스에서 조직의 구성원은 더 이상 대기업 같은 기계부속이 아니다. 조직을 유기적으로 일궈나가는 경영의 주체다.

둘째, 경영자가 서비스정신을 가진 벤처다. 경영자는 사원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최대화하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각 기능이 유기적으로 운영되도록 협조체제를 확인하고 사원들이 동등한 인격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놀이터 같은 벤처다. 사원들은 노동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에 온 것이다. 회사는 이들을 위한 정신적 놀이터가 돼야 한다. 이러한 벤처만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요즘엔 이런 안목이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가종현(라이코스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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