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들 "6월에는 돈보따리 풀어볼까"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6월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5월보다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문제가 표면화된 4월말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팔아버리고 한국을 떠나지는 않을까’하는 염려에서 매일 외국인 투자동향을 점검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짙은 관망세 속에서도 미미하지만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왔다. 5월 31일 현대문제가 결정적인 해결 가닥을 잡자 외국인은 이날 2138억원, 다음날인 1일 1384억원어치의 순매수로 이를 반겼다.

사실 외국인은 현대문제가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라기보다는 한국증시가 안정적인 추세반등에 앞서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으로 간주해왔다.

한 미국계증권사 조사부임원은 “외국인은 현대문제를 현대 계열사의 자금난이라는 각도에서가 아니라 채권시장의 기능 상실과 한국 실물경기의 악화 등을 반영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시스템 개혁은 어차피 금융구조조정 일정에 올라있으므로 남는 것은 한국의 실물경기가 세계적인 경기 둔화의 영향을 얼마나 받느냐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는 최근 낸 ‘세계시장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가 연착륙한다는 전제 아래 한국 대만 중국 홍콩 등에 대해 ‘비중확대’를 유지한다”면서 “미국경기가 급락한다면 홍콩 금융주에 투자자금을 옮기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그러나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더 둔화할 것이나 반도체에 대한 중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이는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이 지난달 말에 “올 하반기에 한국 실물경기가 심각한 정도로 위축할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주요편입 종목에 대해서는 순매수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크레디리요네와 자딘플레밍은 최근 펴낸 국내증시에 대한 중장기전망 보고서를 통해 “갑작스런 경기 위축이 투자수익률을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외부위기에 상대적으로 가장 강한 시장이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요컨대 6월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등에 따라 미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하느냐 여부에 달려있지만 반도체주 중심의 국내주식에 대한 투자패턴이 바뀌지 않는 순매수 기조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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