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오경자/신뢰와 대화가 중요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청소년 전문가들이 쓰는 '우리아이 어떡하죠?'는 매주 금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분은 청소년보호위원회 신가정교육팀(02-735-6250)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가출했다가 돌아왔는데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해요. 아이의 마음을 잡으려고 가급적 잔소리는 안하려고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참을 수가 없어서 자꾸 예전처럼 화를 내고 야단을 치게 돼요. 이러다가 다시 가출해버리면 어떻게 하죠?"

가출했던 중학생 딸을 겨우 찾아서 다시 집에 데려다 놓은 K양의 어머니는 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호소하였다. 아이의 무절제한 생활 태도나 행동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어서 답답하지만 잔소리를 하면 다시 가출할까봐 불안하다는 것이다.

자녀의 가출은 부모에게 큰 심리적 충격이 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안전할까, 아이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고 속을 썩이는 아이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그리고 자녀교육에 실패했다는 수치심과 자괴감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가출이 반복될 때에 부모는 심리적으로 지치고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가출은 처음에는 부모에게 꾸중을 듣고 화를 참지 못하여 집에서 뛰쳐나오거나 불량친구의 선동으로 집을 나오는 우발성 가출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가출 경험을 통해서 집밖의 유해환경에 노출되고 부모나 학교의 통제 밖에서 자유롭게 사는 경험을 하게 되면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반복적으로 가출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가출이 습관화되면 이를 막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므로 처음 가출할 때 잘 해결해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가출한다. 부모와의 갈등, 학업에 대한 압력 등 현재의 괴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성 가출이 있는가 하면,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이들의 유혹에 넘어가서 가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가출의 직접적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오래 전부터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부모 자녀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의 길을 트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의 욕구와 바람, 그리고 불만 등을 자녀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부모가 바라는 바와 자녀가 원하는 것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오경자(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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