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전문가들이 보는 16강 해법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38분


월드컵 16강은 한국 축구의 ‘염원’. 한국축구는 지금까지의 5차례 월드컵 도전에서 모두 본선 1회전 탈락하며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16강 가는 길’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 길을 찾지 못한 셈. 앞으로 2년. 더 이상 돌아갈 시간이 없다. 과연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월드컵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4인의 국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다.

▽허정무(국가대표팀 감독)〓특별한 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2년은 짧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경기력 향상이다. 그래서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시키라고 축구협회에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병역 문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최대한 있는 자원으로 강한 팀을 만들 수밖에 없다. 현재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한국 축구의 현실상 이들이 올림픽은 물론 멀리는 월드컵까지 가는 선수들이다. 지상과제인 16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외국인을 감독이나 고문자격으로 영입하는 것도 찬성한다.

▽김호(수원 삼성 감독)〓월드컵 16강은 한국에서 열리는 2002년에 반드시 현실화해야 할 과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표팀 운영방식의 개선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표선수를 선발해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 육성했다. 이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대신 완전히 뿌리를 내린 프로팀을 적극 육성하고 프로에서 성적이 우수한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해 활용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경기를 통해 좋은 선수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다. 대표선수들에 대한 처우개선도 필수적이다. 현재 소속 구단에서 거의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부상에 따른 아무런 보상도 없는 대표팀에서 몸을 사리지 말라는 요구는 무리다. 선수들의 동기유발을 요구하기 전에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

▽이용수(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16강 진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다양한 국제경기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게 하는 것이다. 2002 월드컵에 출전할 대표선수들은 10월 아시안컵이 끝나면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 때부터는 이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젊고 유능한 선수들은 현재 축구협회에서 추진중인 것처럼 유럽 등 선진축구팀으로 보내 기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외국의 유명 지도자를 불러들여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표팀을 온전히 외국 감독에게 맡기는 것은 경험상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다. 자문을 하는 형식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정수(월드컵조직위 경기국장)〓지금의 한국축구는 협회에서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면과제는 선수들의 기초 부족이다. 대표선수라면 남에게 내세울 수 있을 만큼의 기술과 기량,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얼마만큼의 기초가 성장하고 팀워크가 다져지는지가 관건이다. 아직까지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은 것도 걱정이다. 지도자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아야 한다. 지도자는 선수가 무엇을 해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줄까 하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 따라서 선수의 기량이 일곱밖에 안되는데 지도자는 자기 기준에 따라 열이라는 기량을 요구하면 그 팀은 성공할 수 없다. 선수에게 맞는 시스템과 기량을 연구하고 그에 따라 지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선배들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라. 무엇이든 혼자 할 수는 없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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