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의 e컬처]인터넷 중독자가 늘고 있다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의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라도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는다”고 고쳐말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인터넷 중독증, 즉 ‘웨버홀리즘(Webaholism)’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여야 인터넷 중독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뉴욕의 정신분석전문의 이반 골드버그(Ivan K. Goldberg)가 1995년 인터넷 중독증의 자가진단기준을 제시한 이후 여러 가지 버전이 나왔다. 이를 종합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보면 이렇다.

e메일을 확인하기 전에는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판이 없는데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행동을 계속한다. 매일 3시간 이상을 쉼없이 인터넷 여행을 한다. 인터넷 때문에 잠을 못자거나 식사를 거른 일이 자주 있다. 인터넷을 하다가 수업을 빠뜨리거나 약속시간에 늦는 일이 잦다. 새로운 사이트를 찾아 나서는 게 거의 유일한 취미다. 채팅 등 인터넷에서의 대인관계가 실제 일상생활의 대인관계보다 훨씬 더 편하다.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음란사이트에 가보고 싶은 생각에 다시 일어난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든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증상 중 몇 가지가 나타난다고 해서 ‘인터넷 중독증’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몰입의 즐거움과 중독의 병리현상은 그 경계가 여간 모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심각하게 접근을 하기보다는 유머를 통해 인터넷 중독현상을 경계하고 자가예방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몇가지만 소개해 본다.

여자친구의 홈페이지에 키스한다. 북마크를 전부 보려면 15분 정도 걸린다.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이어서 컴(com)을 친다.(∼하였다.com) 자기의 홈페이지 방문 숫자를 세면서 잠을 청한다. e메일 결핍에 의한 우울증으로 스스로에게 e메일을 보낸다. 꿈을 하이퍼 텍스트 형식으로 꾼다. 아내가 모니터에 금발의 가발을 뒤집어 씌워 놓고 ‘그녀’를 질투한다. 주변 친구들 모두 이름에 @가 들어있다. 인터넷 중독증 관련 페이지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것을 찾아내려면 전체를 다 읽어보아야 한다 등등. 이쯤 되면 몰입의 경계를 넘어 중독의 경지로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인터넷 중독자는 치료도 인터넷을 통해 받으려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미 인터넷 중독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사이버의료기관도 설립되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킴벌리 영(Kimberly S. Young)교수는 인터넷 중독증 센터(www.netaddiction.com)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이버닥터(www.cybermedicine.org/juhan/default…h.htm)가 출현해 인터넷 중독증 여부를 e메일로 문의해 진단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에서는 아직 의약분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곧장 사이버약국(members.tripod.lycos.co.kr/evilons/main.htm)을 찾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땀냄새나는 현실세계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인터넷 중독증 예방법이자 치료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진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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