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한국證市 "발빼나…못빼나"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한국에서 빠져나가기에 앞선 장고인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것인가.’

4월 국내증시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던 외국인이 5월들어 22일 현재까지 근근히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올들어 지금까지 거래소시장에서 6조671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조1793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지난달 2052억원의 순매도에 이어 131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거래소시장에선 657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4월 198억원에 비해 매수강도가 세졌다. 거래소시장에선 하루 이틀 간격으로 투자자세를 바꾸고 있으나 살 때 많이 사고 팔 땐 상대적으로 적게 파는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외국인의 순매수기조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간다”〓외국인의 국내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어 아직은 손털고 일어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

ING베어링스의 목영충이사는 “한국경제가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중단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 및 국제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커졌고 기본적인 금융시스템은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 외국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은 주가가 낮다는 점을 제외하면 펀더멘털 면에서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경제회복 속도와 금융구조조정 계획의 규모나 강도 면에서 일본보다 높이 평가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이 국내증시에 단단히 물려있는 점도 손쉽게 손을 털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5월 18일 현재 직접투자분 1.85%, 증권투자분 27.76%로 모두 29.61%에 이른다. 이렇게 몸집이 커지다 보니 낮은 가격에 물량을 내놓더라도 받아주는 세력이 거의 없어 큰 손해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손을 털기 어렵게 됐다는 것.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이탈 낌새가 환율급등으로 반영될 경우 그만큼 환차손을 감수해야 하는 점도 외국인 이탈의 걸림돌이다.

▽“마지막 장고중이다”〓최근 일본 및 동남아 증시에서 외국인자금이 급격히 이탈한 점, 모건스탠리 등 일부 외국증권사들이 한국투자비중을 하향조정한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몇몇 증권사 관계자들은 “외국 기관에서 환율이나 금융부문을 전담하는 애널리스트들의 한국나들이가 최근 잦아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오성진과장은 “올해 국내에 순유입한 7조8000억여원의 자금중 1조원 정도만 빠져도 원-달러환율 급상승을 낳고 이는 다시 외국인자금 추가유출을 초래하게 되는 악순환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의 국내시장에 대한 시각을 결정하는 것은 금융구조조정이 빠른 시간안에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외국인의 판단이 될 것이며 이 판단은 이르면 6월중순경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에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증권 리서치센터 정의석부장은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포지션은 이미 과매수권에 있다”며 “외국인 보유물량중 대부분인 우량주의 주가가 추가하락하면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