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언제 바꿀까" 감독의 고뇌

  • 입력 2000년 5월 23일 18시 59분


한 시즌 133경기의 대장정. 프로야구 감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내'다.

프로야구 감독 대부분은 자신의 수명을 갉아먹으면서 감독직을 수행한다고 믿고 있다. 통계로도 감독은 일반인에 비해 평균 수명이 짧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승률 6할이면 1위라고 가정할 때 1위 팀 감독일지라도 40%인 53경기를 져야만 하고 그럴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 후회 자괴감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뿐이랴. 집안 분위기도 가라앉기 마련. 몇 년 전 입시를 앞둔 모감독의 아들이 공부는 안하고 야구중계를 몰래 듣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감독은 "아비 목숨이 파리 목숨인데 다 큰 자식놈이라고 그걸 모르겠어. 정말 어려운 직업이야"라며 탄식을 했다.

감독이 내려야 할 결정 중 가장 어려운 건 투수교체 시기. 결과를 두고 희열과 탄식이 교차하는 승부수의 하이라이트여서 주위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곤 한다.

21일 삼성 김용희감독은 SK와의 인천경기에서 9회말 무사 1루의 위기가 닥치자 특급 마무리 임창용을 투입하여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연장 10회말까지 스코어는 그대로 1-1. 김감독은 임창용이 2이닝 동안 33개의 공을 던지자 11회부터는 신인 박영진을 투입했고 결국 1-2로 지고 말았다.

눈앞의 1승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임창용을 교체한 김감독의 결정은 당장에는 손해로 비칠 것이다. 더구나 22일 경기에선 임창용이 재역전패의 장본인이 돼 엎친 데 덮친 격.

그러나 이날 마무리 투수의 한계 투구수인 30∼35개를 지킨 김감독의 '인내'가 나중에 좋은 결실을 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야구해설가) 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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