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美의 남북정상회담 걱정

  • 입력 2000년 5월 23일 18시 59분


22일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대에서 미국과 한국의 저명한 북한전문가들이 모여 남북한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환영하고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측 참석자들이 대체로 낙관론을 편 반면 미국측 인사들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장은 “북한이 정상회담에 동의한 것은 북한판 (대남)포용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북한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언제 다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재개하려 들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하원 공화당 정책위원회의 외교국방선임고문인 찰스 다운스는 한국이 북한에 비료를 제공한다고 해서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북한은 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지만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문제 등을 들어 난관을 조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정상회담 이후 대북 경제지원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법과 북한이 중동에 미사일을 계속 수출할 경우에도 지원을 할 것인지에 관심을 표명했다.

한 한국측 참석자는 “미국은 세미나 준비과정에서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전략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했다”며 “그런 질문이 완전히 선의로만은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앞으로 북-미협상보다 남북회담에 더 치중하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미나에서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한미 양국의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얘기다. 이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정부가 미국측에 더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기흥<워싱턴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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