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남터미널 주차대란/반포IC~터미널 '1시간 대기'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3분


“반포IC만 들어서면 터미널까지 1시간 동안이나 차량이 서 있어야 합니다. 짜증난 승객들은 무조건 내리려고 하고…. 그렇다고 그냥 하차하면 불법이고….”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수시로 오가는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급기야 호남 영동선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이 22일 집단 행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 가장 큰 이유는 차량을 세워두었다가 빼내는 박차(拍車) 공간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운전기사 노조측은 “주차장이 지나치게 좁아 차량 진출이 어려운데다 구내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호남 영동선 터미널을 관리하는 ‘센트럴시티’측은 터미널 내에 차량 190여대를 주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주차 가능한 차량은 120여대에 불과해 나머지 차량들은 그냥 길가에 세워둬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와 운영주인 센트럴시티측은 “법적 주차공간(170대)은 다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이전에는 주차장이 넘칠 경우 복개천 이면도로를 주차장으로 ‘편법’ 활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복개천공사로 인해 그런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노조집행부 등이 이날 긴급 회동을 갖고 내놓은 대응책도 ‘불씨’를 끄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였다. 중장기적으로 이 터미널을 이용하는 영동선 등 일부 노선을 재조정하는 등의 중재안이 나왔지만 수익성 감소를 우려한 사업주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달 이 곳에 오픈 예정인 대형복합매장이 교통체증을 더욱 유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매장에는 매리어트호텔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오토몰 등이 입주할 예정.

교통대란을 우려한 서울시는 고속버스의 배차 간격을 현행 5분에서 10분 정도로 늘려 교통량을 줄이든지 반포차로를 증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기대효과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교통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호텔 백화점 오토몰 등 교통유발 효과가 엄청난 건물들을 승인해주는 바람에 주변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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