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北-中 '외교 줄다리기'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북한과 중국이 올들어 김정일(金正日)총비서와 장쩌민(江澤民)주석간의 정상회담문제를 놓고 벌인 '외교 줄다리기'는 사뭇 관심을 끌었다.

북한은 3월 백남순(白南淳)외상의 중국방문을 통해 장주석의 방북을 초청하는 김총비서의 친필 서한을 보냈고 이에 대해 중국측은 김총비서가 먼저 중국에 와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누가 먼저 찾아가느냐 하는 절차문제가 사실상 정상회담 논의의 핵심이 됐던 모양이다.

▷중국측에서는 92년 양상쿤(楊尙昆)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던 만큼 이번에는 김총비서가 베이징(北京)에 올 차례라는 주장을 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북한측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장주석의 평양방문이 먼저 이뤄져야 김총비서의 위상강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그러다 중국의 당 정 권력서열 2위인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북문제가 나왔고 그 이후에 김총비서가 중국에 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다.

말하자면 리펑 방북은 김총비서가 장주석을 먼저 만나러 가는 데 대한 '길닦기'나 '체면살리기'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기도 했다.

▷리펑의 평양방문은 당초 6월중으로 예정됐으나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이달말로 당겨졌다. 그런 리펑의 이달말 방북일정이, 그것도 북한측에 의해 다음 방문 날짜도 정하지 않고 일단 취소된 것이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6월12일의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리펑 방문을 준비할 겨를이 없다느니, 또는 그의 방문으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괜한 '오해'를 살지도 모른다는 북한측의 우려 때문이라는 등 여러 갈래의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달말 일정이 지금 와서 무산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중(韓中)수교 이후 중국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갖고 있던 북한의 태도는 최근에 와서 크게 바뀌었다. 북한측은 매년 4억달러 이상을 지원해준 중국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이제는 중국이 취해온 개방 개혁 모델에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펑의 방북문제를 두고 양국관계에 무슨 새로운 갈등이 생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찬순<논설위원> chans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