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나스닥 동조화 분석]거래소 강화, 코스닥 현상유지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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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증시와 나스닥시장간 ‘동조화’ 양상이 시기별 또는 시장별로 달라지고 있다.

연초와 최근,거래소와 코스닥시장간에도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막연히 ‘미국시장과 동조화되고 있다’라는 말만 믿고 투자 전략을 세웠다가는 손해를 보기 쉬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시체질이 달라지면 동조화 내용도 변한다〓작년말 동조화는 국내 주가지수가 나스닥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등락하는 현상을 뜻했다. 올들어 국내증시가 수급여건 악화라는 국내요인에 짓눌리기 시작하자 국내주가가 나스닥지수 하락시에는 함께 떨어지지만 나스닥지수가 오를 때는 따라오르지 못한다는 뜻에서 ‘선별적 동조화’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4월이후 거래량이 급락하고 외국인이 편입종목을 거래소의 서너개종목으로 압축하면서 ‘동조화’는 외국인의 동조매매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전날 나스닥지수가 오르면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순매수로 나오고 전날 나스닥지수가 떨어지면 순매도로 전환하고 있는 것.

▽거래소는 동조매매, 코스닥은 동반등락〓동조화양상을 동조매매와 동반등락으로 국한시켜볼 때 거래소와 코스닥의 동조화는 각각 2월, 3월에 약화했으나 그후 다시 심화하고 있다<표 참조>. 거래소의 경우 특히 4월이후 동조화 강도가 세지고 있으나 코스닥에서는 종전 강도가 유지되고 있는 편. 또 거래소시장에서는 동조매매가 뚜렷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동반등락 현상이 더 자주 관찰되고 있다.

거래소의 경우 미국증시와 거래소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외국인을 통해 미국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국내증시에 전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코스닥의 경우 마치 태양열이 매개물질 없이 파장의 형태로 지표면을 달구듯 나스닥지수가 직접 코스닥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래소의 동조화 배경과 메카니즘〓거래소에서 외국인 보유주식의 값어치는 9일 현재 전체시가총액의 27.62%로 연초 21.40%에서 크게 늘었다. 반면 보유주식량 비중은 12.59%로 연초 수준(12.16%)과 비슷하다. 이는 외국인이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심으로 주식을 편입하고 있으며 갈수록 편입종목 수를 줄여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국인은 3월초 이후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주에 순매수를 집중시켰다. 한국전력, SK텔레콤,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작년말이후 대거 순매수한 종목에 대해서는 시세흐름에 따라 비중을 조절해나가는 정도로 대응했다.

국내 반도체주는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실력도 쟁쟁해 외풍에 민감한 대표적인 종목들이다.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주를 살지 팔지를 업황이나 세계시장여건이 반나절 앞서 반영되는 나스닥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결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반도체주 등 외국인이 편입한 국내대표주들은 미 증시에 예탁증서(DR)을 상장해 놓았는데 국내원주와 DR간 시세차익을 노린 재정거래(DR가격 상승→상대적으로 가격 낮은 원주 매입→원주 가격 상승)도 동조매매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코스닥의 동조화 배경과 메카니즘〓코스닥은 ‘개인들의 천국’. 여기서 외국인 비중은 보유주식 시가총액 기준으로 연초 7.64%에서 9일 현재 5.25%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투자지분을 빼면 외국인 보유주식은 로커스, 동특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외국인 비중이 낮은 것은 외국인이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기업내용을 거의 모르기 때문. 올들어 그나마 국내사정에 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펀드들이 투자규모를 대폭 줄인 대신 전세계를 누비는 글로벌펀드와 인터내셔날펀드가 주도권을 쥐면서 종전에 편입됐던 코스닥종목들이 대거 매물로 쏟아져나왔다. 코스닥에는 거래소에서처럼 나스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외국인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코스닥이 나스닥과 동반등락하고 있는 것은 코스닥을 주도하는 기술주들에 대한 적정주가평가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코스닥투자자들이 미국의 동종업종 선두기업의 주가를 일정비율 할인해서 코스닥종목의 적정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종목을 잡기도 어렵고 에누리 비율을 정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응집력 없는 개인투자자들의 나스닥 눈치보기 경쟁이 불붙으면서 동조화가 깊어졌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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