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정보화 소외층에도 관심 가져야

  • 입력 2000년 4월 30일 20시 35분


‘격동기’라는 말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4·13 총선 이후 숨가쁘게 전개되는 정세에 대해서는 그것을 보도하는 신문 읽기조차 벅찬 느낌이 든다. 여야 영수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현안이 이어진 지난주는 바야흐로 우리 사회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듯 해서 반가움과 기대감이 큰 한 주였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동아일보는 25일자 A3면에서 여야 영수회담의 의미와 초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어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북쪽에 혈육이 있는 이산가족들의 기대와 희망이 절대적일 것이다. 50여년간 냉전과 불신의 시대를 거쳐 이제 공식적으로 이산가족에 대한 송금과 생사확인이 가능해진 시점에 26일자 A3면 ‘대북 직접 송금 의미-방법’은 가족을 찾는 이산가족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주 관심을 끈 것은 쿠바소년 엘리안의 부자상봉과 24일자 C8면의 ‘디지털 키드’였다. 작년 11월에 일어난 엘리안의 미국 밀입국은 잊혀질만하면 화제가 되곤 했으며 22일 미 법무부의 강제구인조치에 의해 일단락됐다. 동아일보는 엘리안 부자의 상봉을 24일자 A1면과 A10면에 상세하게 다루어 지구촌 시대의 세계사적 관심을 적절하게 반영했다. 다만 이 사건의 내용, 전개과정, 의미 등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27일자 A6면에 실었던 ‘전문가 진단’을 조금 더 빨리 싣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중남미의 전반적인 정치 상황, 특히 미국 쿠바간 갈등의 배경과 엘리안 사건의 의미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전북대 송기도 교수의 진단이 무척 도움이 됐다.

26일 A1면 ‘삼겹살집도 닷컴 시대’ 사진은 현재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터넷 바람, 정보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진으로 흥미 있었다. 이와 관련해 24일자 C8면 ‘디지털 키드’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필자도 컴퓨터로 원고작업을 하고 전자우편을 즐겨 사용하지만 인터넷 세상은 아직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대부분 오늘날의 40, 50대 이상은 필자와 비슷한 곤혹스러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전화도 사용하지만 그야말로 휴대하고 다니는 전화이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든지 하는 것에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남녀차별, 세대간의 단절 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정보화 사회의 이런 그늘을 극복하기 위해서 미디어의 역할이 중대하다. 정보화 사회에 익숙한 세대를 위한 다양한 정보 이외에도 정보화 시대를 평등하게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세대를 위한 차별성 있는 정보들이 마련됐으면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업그레이드 비용을 소재로 디지털 키드와 부모 세대의 문제를 다룬 내용은 매우 의미 있었으나, 이러한 문제들로 자녀들과 갈등을 겪고 있을 부모들을 위해 실제 지침이 될 만한 내용이 더 풍부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곽 배 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정윤희기자>y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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