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거짓골’ 부천 이원식에 80만원 징계 조치

  • 입력 2000년 4월 24일 18시 29분


페어플레이 정신이 생명인 스포츠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2000 대한화재컵 프로축구에서 부천 SK의 이원식이 동료가 넣은 골을 자신의 골이라고 우긴 ‘거짓 골’ 사건이 발생한 것. 여기에다 경기운영을 책임진 심판들마저 선수들의 말만 믿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등 우왕좌왕, 17년 프로축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23일 전북 익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부천전. 후반 45분이 지날 때까지 부천이 1-2로 한 골 뒤진 상황. 로스타임이 적용돼 경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부천 전경준이 하프라인에서 전북 문전으로 롱 프리킥을 날렸고 공은 골대 주위에 몰려 있던 부천 선수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공격수와 수비수가 모두 골대 주위에 몰린 가운데 득점상황이 순식간에 발생, 선수 심판 양팀 코칭스태프들조차 누가 득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경기 직후 기록원이 부천 벤치에 득점자가 누군지를 확인했을 때 김갑배 주무는 “이원식의 골”이라고 밝혔고 이원식도 “공이 골키퍼 키를 넘어오는 순간 헤딩으로 골을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결국 양팀은 2-2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 후반 5분 이원식이 페널티킥 골든골을 성공시켜 부천이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원식은 이날 두 골로 한 골을 추가하는 데 그친 정정수(울산 현대)를 제치고 단숨에 득점 선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경기를 중계한 MBC측은 녹화테이프를 근거로 “득점자가 이원식이 아니라 윤정춘”이라는 주장을 제기했고 프로축구연맹은 부랴부랴 이원식의 골을 윤정춘으로 정정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

연맹은 24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원식에 대해 ‘페어플레이정신 위배’를 이유로 벌금 80만원의 징계조치를 내리고 이원식이 골을 넣었다고 처음 주장한 김주무에 대해서는 출장정지 3경기에 벌금 120만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원식은 이날 상벌위원회에 출석,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큰 죄를 지었다. 정말 면목이 없다. 모든 사람이 맞다고 해도 내가 아니다고 말했어야 할 상황에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그대로 돼 버렸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한편 연맹은 전북 현대측이 “당시 득점은 부천 선수들의 골키퍼 차징에 이은 핸들링 골인데도 심판이 제대로 판정하지 않았다”며 제소, 조만간 심판소위원회를 열어 3명의 주부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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