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거미나라'/"거미는 사랑고백때 다리들고 춤춘대"

  • 입력 2000년 4월 21일 2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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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거미나라' 임문순·김승태 글, 사진/지성사 펴냄▼

나는 날쌘돌이. 늑대거미의 하나이지요.

늑대거미가 뭐냐구요? 배회성 거미의 일종이예요. 배회성 거미가 뭐냐, 에헴. 집을 짓고 살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는 거미를 말하죠. 그럼 거미줄은 못 만드냐구요? 자존심 상하는 말씀. 만들 수 있어요! 거미줄을 내어 바람에 날리며 돌아다니도 하고, 땅에 떨어질 때 이용하기도 한다구요.

나는 집이 없지만 여기저기 다닐 수 있으니 다른 친구 거미들이 많아요. 이를테면 내 친한 친구 호순이는 호랑거미지요. 집을 짓고 걸려드는 곤충들을 잡아먹어요. 아참, 거미는 곤충이 아니라는 거, 기억해야 해요. 다리 여덟인 곤충 본 적 있어요?

거미의 모든 것을 동화 형식으로 꾸며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자연 생태도감. ‘열려라! 곤충나라’에 이은 ‘생명을 사랑하는 어린이문고’ 두 번째 책이다. 풍성한 컬러 사진자료가 흥미를 돋우고, 박스 기사로 꾸며낸 ‘거미박사의 거미교실’에서 동화 줄거리속에 암시된 거미의 모습 생활상 등 특징을 상세하게 풀어낸다. 거미줄은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5배나 강하다는 사실부터 ‘스파이더맨’이야기의 역사까지 다양한 관심사를 다룬다.

거미는 어떻게 사랑고백을 할까? 날쌘돌이 같은 늑대거미는 다리를 들어올려 춤을 추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닷거미는 먹이를 거미줄로 정성스럽게 싸가져 와 ‘선물공세’를 펼친단다.

그런데 웬일일까? 날쌘돌이가 크고 보니 사실은 여자였다니. 옛날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사랑을 하고 알을 낳고 새끼를 세상에 내보낸다. 겨울이 되자 그의 의식도 점차 희미해진다. 그러나 ‘자식들이 살아가는 한 나의 생명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알기에, 엄마를 떠나보낼 때처럼 슬프지는 않다. 책 말미에는 ‘우리 주변의 대표 거미 20종’이 화보와 해설로 실려 있다. 9800원.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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