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5억 황금팔' 롯데 손민한, 어깨부상 완치후 첫승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5분


4년 전인 96년.

롯데는 신인 1차 지명선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똑같이 부산고-고려대 출신의 포수 진갑용과 투수 손민한(25). 한명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포수’라는 명성이 자자했고 또 한명은 국가대표 에이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드래프트시장에 나왔고 롯데는 한명의 선수밖에 찍을 수 없는 입장.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롯데는 “울면서 너를 보낸다”며 진갑용에게 ‘굿바이’를 선언하고 결국 투수 손민한을 1차 지명선수로 결정했다.

계약금 5억원의 최고액수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손민한.

하지만 겨우 9경기에 나가 1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 4.80의 성적만을 남긴 채 어깨에 ‘고장’이 왔다. 일부에선 ‘먹튀(먹고 튀기)’라는 말까지 했다. 계약금만 챙기고 프로에서 허송세월하는 신인선수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

97년 10월. 손민한은 미국 버밍햄 헬스사우스 스포츠의료원의 제임스 앤드루박사로부터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루한 재활기간.

아예 98년 한시즌을 건너뛴 뒤 99시즌 후반기부터 등판을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에선 중간계투로 톡톡히 제 몫을 해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제 2000시즌. 3년간 19경기에서 1승3패2세이브의 성적이 전부였던 ‘5억원짜리 황금팔’은 화려하게 그라운드로 되돌아왔다. 최고시속 144㎞의 위력적인 직구와 장기인 ‘칼날 슬라이더’는 국가대표 에이스였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범경기 4게임에서 1승 평균자책 0.60. 삼진도 14개나 됐다. 선발투수로 낙점.

정규시즌 2경기에서 호투하고도 승패가 없었던 손민한은 19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첫승을 따냈다. 97년 5월 28일 이후 2년10개월여 만에 맛본 승리의 감격.

경기 뒤 2년10개월여 만이라고 알려주자 손민한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그리 오래 됐어예?”라며 피식 웃었다.

롯데 양상문투수코치는 “손민한은 타자를 리드해나가는 투구패턴이 가장 큰 장점으로 팔도 완쾌된 상태라 앞으로 경기를 해 나갈수록 더욱 좋은 피칭을 보일 것”이라고 말하고 “다만 2년이 넘는 공백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100개 정도가 한계투구수”라고 밝혔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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