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뉴욕發 '블랙 먼데이' 비상…다우-나스닥 폭락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14일(현지 시간)에 발생한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의 대폭락으로 그동안 뉴욕증시와 동조 현상을 보여온 국내 증시도 직접적인 ‘태풍권’에 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총선 후유증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미국발(發) 한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은 주말 휴장 이후 문을 여는 17일의 주가 향배가 향후 증시를 예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첨단기술 관련주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도 지수비중이 높은 정보통신 관련주에 파장이 미칠 경우 불안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주말 이틀 연속 큰 폭의 매도우위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한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중이던 지수 관련주의 비중을 축소해 추가 매도에 나설지 여부가 ‘하락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을지의 관건이 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거래소시장과는 달리 선물과 옵션 등 투자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 중 하나.

그러나 지난주까지 지수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던 총선이 끝났고 1·4분기(1∼3월)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국내 변수들은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아 지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다.

한편 미국 뉴욕 증시의 주가가 14일 포인트 기준으로 사상 최대로 폭락했다. 첨단 기술주 중심인 미 나스닥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55.61포인트(9.67%)가 폭락한 3,321.17로 마감됐으며 다우존스지수도 이날 616.23포인트(5.64%)가 떨어져 10,307.32를 기록했다. 이날의 하락 포인트는 ‘블랙먼데이’로 불린 1987년10월27일의 하락포인트(554포인트)를 웃도는 것.

뉴욕증시의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으로 전세계, 특히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주가가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런던증시는 14일 2.8%(179포인트) 급락한 데 이어 일부 전문가들은 17일 최소한 150∼20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가하락이 미국 경제의 침체를 부르고 나아가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5일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 증시전망은 아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14일 미국 증권시장의 기조가 무너질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첨단기술 진보로 투자 위험도가 줄어든 것으로 방심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유사시에 중앙은행은 결코 (투자자를) 구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신용융자도 불사하는 투자행태에 대해 경고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폭락은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7% 상승,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인플레 및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의 매각심리를 부추겨 발생했다.

<이진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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