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총선후 급락 배경]나스닥 폭락―개혁 불투명 ‘겹악재’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08분


16대 총선 다음날인 14일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한때 700선대로 주저앉는 폭락세를 보였다. 투자심리 측면에선 ‘공황’에 비유할 정도로 크게 위축되는 양상.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43포인트 폭락하면서 793선까지 추락했다가 겨우 800선을 지켜내며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도 장이 시작된뒤 바로 200선이 허무하게 무너져 침울한 장세가 지속됐다.

▽직격탄은 나스닥의 폭락과 외국인 순매도〓미국 나스닥시장이 연 4일째 폭락세를 보이면서 지수 3600선대로 추락한 점이 이날 투자심리를 오그라들게 한 가장 큰 요인. 국내 증시의 수급상황이 취약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도 미국증시의 조정여파로 선거 전날에 이어 이틀째 1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주식을 순매도, 하락폭을 크게 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이날 올들어 가장 많은 6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웠다.

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단기투자성향이 강한 일부 외국계 펀드들이 미국증시의 폭락으로 환매부담에 직면하자 팔기 쉬운 삼성전자 등 지수영향력이 큰 한국물을 집중적으로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시장에 상장된 한국물(주식예탁증서)이 연일 크게 떨어지면서 그동안 외국인들이 주로 하던 차익거래(고평가된 현지 한국물을 팔고 저평가된 원주를 매입하는 것)도 중단된 상태라는 것.

▽총선결과도 부담이 됐다〓집권당이 안정의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향후 국정개혁과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장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

삼성증권 손범규연구위원은 “시장에선 향후 정부가 추진할 각종 개혁조치에 힘이 제대로 실릴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있다”며 이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총선결과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여파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여야대립이 노정되는 극한 상황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바라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증시가 반등해야〓외국인들마저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반등의 실마리도 미국증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팽배.

마이애셋 최상무는 “국내 경제의 기초적인 여건이 좋아 중장기적으로는 낙관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증시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그러나 “현 지수대에서 보유주식의 매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펀드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축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우량주를 저점매수하는 타이밍으로 삼겠다”고 귀띔했다.

<이강운·정경준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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