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1주일째 '사투' 이대식 기장 인터뷰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이렇게 큰 산불은 처음 봅니다.”

헬기 조종 경력 23년에 산불 진화만 10년째인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 소속 이대식(李大植·46)기장. 강원 고성군과 삼척시 일대를 날며 1주일째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기장은 “강한 바람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불어도 헬기가 뜰 수는 있지만 산불의 확산속도가 진화속도보다 4∼5배 빠르기 때문에 사실상 진화 작업이 소용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기장은 “효과적으로 진화작업을 하기 위해선 지상에서 20∼30m 높이로 날며 물을 뿌려야 한다”며 “진화작업 중 상승기류를 타고 갑자기 불길이 올라오는 바람에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넘겼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이번 산불은 한때 불길이가 40여㎞에 달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엄청난 산림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제대로 손을 쓸 수 없을 때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기장이 모는 소방헬기는 러시아제 KA32T 카모프 헬기. 한번에 3000ℓ의 물을 실어 날라 폭 20m, 길이 140m 규모의 산불을 끌 수 있다.

그는 이번 산불 진화를 위해 매일 오전 4시 반경 기상해 오후 7시까지 ‘불바다’를 누볐다. 하루 평균 100여차례에 걸쳐 30만ℓ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부었다.

“이번 산불을 거울 삼아 앞으로 산불 진화 전문요원 양성과 소방 헬기 추가 확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이기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예 산림과 자체가 없어진 시군이 있을 정도로 산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삼척〓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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