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 특집]국내 첫 신문박물관 이렇게 꾸민다

  • 입력 2000년 3월 31일 21시 36분


《가로 39.4㎝, 세로 54.6㎝, 무게 262g.

매일 아침 펼쳐드는 신문의 겉모습은 비록 작지만 그 잉크냄새 속에는 그날그날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구슬을 꿰듯 지난 신문을 엮으면 그게 곧 역사가 된다.

빛바랜 1단 기사에도 그 시대의 관습과 가치관, 생활상이 녹아있다. 신문 광고는 당시의 경제수준과 풍속을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신문박물관은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세계적으로 신문박물관은 미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등에 7개가 있다. 그러나 1883년 한성순보 창간 이래 117년의 신문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여태껏 신문박물관을 갖지 못했다. 역사를 조망하는 여러 갈래 중 신문이라는 창(窓)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아일보사가 올해 개관하는 신문박물관은 단순히 국내 최초라는 상징성을 뛰어넘는다. 신문을 통한 근현대사 조망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그 자체로서 언론사에 한 획을 긋는다는 언론사적 의미, 그리고 국내 박물관의 지평을 확장하는 문화사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 것이다.》

올해 중으로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3, 4층에 국내 최초의 신문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신문역사관과 신문미래관, 동아일보관으로 구성되는 신문박물관은 한국언론 100여년의 발자취와 현재 및 미래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게 된다.

3층에 들어설 신문역사관은 구한말 한성순보 독립신문 등의 발생에서부터 일제시대 민족신문의 탄생과 저항, 해방후 수많은 신문이 창간과 종간을 거듭하며 겪은 파란만장했던 언론사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100여년 동안 명멸했던 신문들의 원본과 함께 관련 유물이 전시될 ‘신문의 역사’ 섹션을 비롯해 △신문 1면으로 본 근현대사 △호외사 △신문소설사 △신문광고사 △신문과 사진 △만화 디자인 캐리커처 △옛날 신문제작기계 등이 신문역사관을 꾸민다.

이밖에 80여개국 120여종의 2000년 1월1일자 신문을 모아놓은 ‘세계의 신문’, 옛날 기자가 쓰던 용품들로 재현한 ‘기자의 책상’, 하루치 신문에 실리는 글자 수나 신문지 재질, 광고료 등 신문에 관한 모든 것을 밝히는 ‘신문해부도’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신문미래관은 관람객이 전시물을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신문제작과 자료검색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꾸며진다. 컴퓨터와 편집화면, 인쇄기를 통해 관람객 스스로 신문을 제작해볼 수 있는 신문제작실, 신문에 관한 각종 자료를 담은 영상교육실, 첨단기기들로 구성된 미래신문구현시스템 등이 그것.

또 NIE(Newspaper In Education·신문을 통한 교육)를 구현하고 청소년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언론사(史) 문제은행을 만들어 컴퓨터로 퀴즈를 풀 수 있도록 했다.

동아일보관에서는 일제시대에 독립의 희망을 지키고, 해방후 독재시대에는 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를 이뤄낸 동아일보의 시대정신을 보여준다. 마라톤 음악회 무용 미술전 등 근현대 한국의 문화 스포츠를 이끌어온 동아일보의 문화사업, 신동아 등 자매지, 비운의 동아방송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한국근대사와 함께 한 동아일보 80년 역사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이밖에 신문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기록과 영상자료, 유물 등을 인터넷과 CD롬, 도록 등에 담아 제공할 예정이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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