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E메일 비밀보장 못한다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만약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자우편 저장 시스템이 백악관의 전자우편 저장 시스템처럼 결함을 안고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 독점 문제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벌이고 있는 싸움에서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많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에 관한 독점 판정에서 정부의 데이터 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는 방대한 양의 전자우편이 마이크로소프트에 곤혹을 안겨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백악관 컴퓨터에 마땅히 저장되어 있어야 할 전자우편이 없다는 사실도 클린턴 행정부에 곤혹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주에 공개된 법원 자료는 클린턴 행정부에 관한 조사와 관련해서 관계자의 소환을 알리는 전자우편을 백악관 관리들이 일부러 은폐했는지 여부에 대해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백악관 전자우편 시스템의 사소한 고장으로 인해 수천 개에 달하는 전자우편이 저장되지 않아, 클린턴의 선거자금 모금 사건이나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등과 관련된 소환을 알리는 전자우편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시스템의 고장에 대해 알고 있던 백악관 관리들이 이 사실을 일부러 은폐했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그리고 사라져버린 전자우편이 관련자 소환과 관계가 있는 것이든 아니든 간에, 법무부가 일단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진실을 알려주는 창으로서 전자우편의 가치를 한층 강조하고 있다.

1980년대에 올리버 노스 중령은 전자우편이 겉으로 보기에는 쉽게 사라져버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문서분쇄기로 간단히 없애버릴 수 있는 종이로 된 서류에 비해 없애버리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자신도 모르게 증명한 바 있다. 그는 니카라과 반군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데 자신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전자우편을 모두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의 컴퓨터에는 백업 파일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전자우편을 바탕으로 법원이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계속 증가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건 재판에서도 빌 게이츠가 단호하게 부인했던 것들이 그의 전자우편 속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에서 교훈을 얻은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의 전자우편 사용에 대한 엄격한 방침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문서로 된 서류에는 결코 쓰지 않을 내용들을 여전히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있으며, 그 내용을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있다.

시카고 켄트 법대의 헨리 페리트 2세 학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은 전화나 얼굴을 마주보고 나누는 대화와 달리 전자우편을 일종의 문서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여전히 전자우편을 문서로 보지 않는 것일까.

우선 컴퓨터 통신을 통해 교환된 말들이 그냥 허공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사라 키슬러는 “공적인 장소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면서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자기 자신을 잘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터 앞에서 대책 없이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경향을 알아챈 일부 기업들은 전자우편 기술에 기술로 맞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디스어피어링이라는 회사는 발신자가 미리 날짜를 지정하면 그 날짜 이후에는 전자우편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도록 해주는 암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032600email-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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