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SK-삼성4강전 용병가드 대결로 판가름날 듯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맞붙는 SK 나이츠와 삼성 썬더스의 용병가드 로데릭 하니발(28)과 GJ 헌터(29).

플레이의 화려함에서는 헌터를 따를 자가 없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경기당 가로채기 2.47개를 기록해 이 부문에서 신기성(삼보 엑써스)에 이어 2위를 기록.

헌터의 골밑 득점은 항상 더블 클러치다. 작은 키(1m87)의 단점을 보완하고 상대수비를 피하기 위한 ‘이중동작’이 항상 몸에 배어 있기 때문. 게다가 노마크 찬스에서 던지는 3점슛은 백발백중이다.

그의 실력은 미국 툴레인대 재학 시절 득점왕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증명된다.

반면 하니발의 플레이는 단조로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팀내 득점 1, 2위가 거의 모두 용병들의 차지인 현실에 비추어 하니발은 경기당 평균 16득점으로 팀내 4위.

96년 대만리그 올스타에 선발된 것을 제외하고 경력에서도 화려함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최인선감독은 이런 하니발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는다.

“국내 농구발전을 위해서라도 하니발과의 재계약은 절대적이다”라고 보기 드물게 전폭적인 지지를 밝혔다.

왜일까. 발군의 수비능력 때문. 상대팀의 주득점원 방어는 모조리 하니발의 몫이다. 삼보와의 경기에서 최감독이 하니발에게 양경민을 수비하라고 하자 대뜸 “그럼 허재는 누가 막냐?”고 반발을 할 정도.

공격이야 평균 20점 이상 넣어주는 것이 용병들의 기본치이지만 하니발처럼 근성있는 수비를 펼치는 선수는 그말고는 없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하니발의 상대는 당연히 헌터.

정규리그 5경기에서 SK가 삼성에 4승1패로 압도적인 전력의 우세를 보인 것도 바로 하니발이 헌터를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이제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맞붙는 SK와 삼성. 또다시 승패의 갈림은 하니발과 헌터의 싸움이다. 재계약이 확정된 하니발과 달리 헌터는 이번 활약 여부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헌터가 하니발의 그림자수비를 따돌리고 한국코트에 남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 플레이오프 관전 재미를 두 배로 해주는 대목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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