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인색한 거래소" 주주들 외면…코스닥 급부상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몰리면서 그동안 증시의 중심축을 맡았던 거래소시장이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스닥시장에서 더 높은 투자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거래소기업이 주주들을 경시하는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예컨대 코스닥기업은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무상증자와 현금배당 등 적극적인 주가관리를 하지만 거래소기업들은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며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

▽주주에게 인색한 거래소기업〓기업이 돈을 벌면 일부는 재투자를 위해 사내유보하고 나머지는 이익창출에 기여한 종업원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

하지만 거래소기업들은 수익배분에 매우 인색하다. 거래소 시가총액 1위기업인 삼성전자는 99년 결산시 주당 40%(우선주 41%)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조1695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이중 4273억원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 하지만 기준은 시가가 아니라 액면가. 예를들어 2500만원을 투자해 100주를 샀을 경우 배당금은 2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속하며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 최근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투주가들로 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포철과 한전은 지난해 각각 1조5000억원 가량을 벌었지만 투자자들의 주가관리 요구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주주요구에 응하는 코스닥기업〓코스닥시장에는 무상증자 관련 공시가 많이 눈에 띈다. 무상증자는 자본증가없이 주식수만 늘어나는 것이어서 기업의 본질가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대세상승장에서는 엄청난 호재로 작용한다.

코스닥시장 대표주인 새롬기술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월초 시장이 조정을 받아 주가가 반토막나자 소액주주들은 회사측에 무상증자를 통한 주가관리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두 회사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배정비율 100%라는 파격적인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재원은 회사에 유보된 주식발행초과금. 코스닥기업들은 덩치가 작기 때문에 주주들의 요구가 보다 쉽게 받아들여진다.

▽주주우대 경영이념이 필요〓마이다스에셋 박광수 운용본부장은 “거래소 대형기업들은 시가기준 배당을 하던지 무상소각을 통해 주가를 올려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관투자가는 “아쉬울때는 유상증자로 수조원을 조달하고 이후 주가는 나몰라라 하는 관행에 싫증이 난 투자자들이 거래소시장을 떠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거래소기업들이 지금처럼 주주의견을 묵살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주주우대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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