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새천년]인간의 우주 대장정

  • 입력 2000년 1월 26일 21시 17분


【“우리의 관심을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묶어두는 것은 인간의 영혼을 묶어 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영국 캠브리지대 스티븐 호킹교수)

21세기의 문턱에서 인류는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숨가쁘게 달려온 우주개척의 역사. 전쟁용 V2로켓에서부터 환상적인 화성 무인탐사선 소저너의 터치다운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불과 반세기만에 괄목할만한 진보를 이뤄냈다.

이제는 우주의 중심 은하계로 향할 차례. 과학자들은 100년 혹은 200년 후에는 지금껏 상상할 수 없던 꿈같은 우주 대장정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CNN방송은 과학자들의 예견을 토대로 “2050년이면 누구나 우주왕복선을 타고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여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시미즈 건설사는 2010년 지상 450km 상공에 60여개 객실규모의 대형 우주정거장을 띄운다고 발표했다. 국제적 호텔체인 힐튼은 2017년 달에 최초의 호텔을 건립하겠다고 호언했다.

미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아시모프는 “달나라가 미용체조업체의 천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인만큼 무릎 등 관절의 충격이 지구보다 덜하고 미용체조 동작을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초반 우주여행은 태양계 안에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은하계로의 진출이 예상된다. 인류의 지적 호기심이 우주행의 원인(遠因)이라면 인구폭증, 환경오염 등이 직접적인 동인(動因)일 수 있다. 지구 인구는 1999년 60억명을 돌파했고 금세기 중후반 100억명을 넘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인구증가는 전쟁과 대규모 이주로 이어지곤 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우주여행은 ‘식민지’개척의 성격을 띨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존이 가능한 생태환경’을 찾는 게 첫 번째 관건이다.

은하계의 별은 대략 2000억개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이중 생태환경을 갖춘 별은 40분의 1인 50억개 정도로 보고 있다. 1995년과 96년 미국의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을 통해 페가수스자리와 곰자리 처녀자리 등의 혹성에 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물이 있다고 꼭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지구의 궤도가 현재보다 5%만 태양에 가까웠어도 온실효과 때문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몰살했을 것으로 계산한다. 반면 1% 멀었더라면 지구는 온통 빙하로 뒤덮혔으리라는 것. 생명의 조건은 그만큼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천문연구팀은 ‘태양과 지구’와 유사한 관계를 가진 은하계의 행성이 지금까지 29개 정도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구와 같은 ‘녹색 행성’을 찾아 여행하려면 먼거리를 단숨에 달리는 ‘축지법’과 같은 기술이 필수적이다. 여행에 100년이 걸린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닌 ‘황천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웜홀(wormhole:벌레구멍)과 와프(warp)가설이 있다.

웜홀은 우주의 2개 지점을 연결하는 ‘최단 통로’. 웜홀을 통하면 빛의 속도로 수백만년 걸리는 거리도 이론상 수년, 혹은 단 수초만에 도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공의 연속성이 무시된다. 이 가설을 지탱하는 개념은 이른바 네가티브(negative) 에너지. 에너지 제로(zero)상태보다 더 낮은 에너지 상태를 말한다.

이미 현대물리학은 이 네가티브 에너지의 존재를 상당부분 간접적으로 입증했다. 캠브리지대 스티븐 호킹교수는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선 방사선이 방출되기도 한다”고 말해 네가티브 에너지의 존재를 뒷받침했다.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라는 물리학 이론도 웜홀의 가능성을 뒷받침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인슈타인은 웜홀이나 블랙홀 입구에는 인간이 극복하기 힘든 엄청난 중력이 존재한다고 봤다.

또 한가지, 와프(warp)로 알려진 광속 이상의 비행기술 개발도 21세기의 숙제. 미국의 사이언티픽아메리칸지는 광속 이상으로 비행하면 우주선 전방의 시야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추정했다. 모든 별이 점차 한 점으로 집중되고 푸른 빛을 띤다는 것. 이 속도로 비행하며 수많은 별과의 충돌을 피하려면 ‘귀신’같은 계산력과 감지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모든 난관과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빛보다 빨리 달릴 경우 이론적으로는 이른바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여행도 가능한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적인 기대는 어디까지나 먼 우주로의 여행일 것이다.

일단 우리가 광속으로 여행할 경우 6만광년 떨어진 우주의 중심까지 갔다 오는 데에 4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미국 몬타나주립대의 윌리엄 히스콕 교수는 계산했다. 은하계는 그만큼 광활하다. 우주비행사가 캡슐속에서 저온냉동상태의 수면에 들어갈 수 있는 기술개발이 또 한가지 필수적인 요소다. 세포의 노화를 막고 지루한 여행을 견디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우주여행의 개념은 지금껏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지식으로 미래과학을 점치는 것을 ‘덧셈 뺄셈만 배운 초등학생이 미적분 방정식을 논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100년, 200년 뒤 미래인류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시간여행 개념을 ‘원시적 토론’이었다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여행과 방랑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여행은 즐겁고 방랑은 슬픈 것일까. 여행이란 돌아갈 곳이 있을 때나 쓰는 낱말이 아닐까…’

소설가 이영은 우주여행소설 ‘신화의 끝’에서 우주비행사의 처연한 독백을 에필로그로 삼았다.

그 우주비행사는 생명체가 사는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20년간 끝없이 우주를 헤매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상태로 귀환하는 길이었다. 작가는 지구로 돌아오는 길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주여행은 무의미하다고 외치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우주로의 여행. 그것은 결국 지구와의 이별을 전제로 한 ‘인류 최후의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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