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방형남/美-러 大選과 한국

  • 입력 2000년 1월 7일 00시 48분


2000년 세계를 변하게 할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강대국 미국과 러시아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보다 더 큰 변수는 없어 보인다. 두 나라의 대통령 교체는 그들 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중요한 이벤트다.

러시아에서는 3월에, 미국에서는 11월에 새 대통령이 등장한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역설적이게도 불확실성의 나라 러시아에서 더 확실하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돌연 사임하면서 후계자로 지목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권한대행이 거의 대권을 손에 쥔 듯한 분위기다. 지지율이 벌어지자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총리는 출마포기를 고려 중이고,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당수는 대선보다는 선거 이후 대통령의 권력분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의 새 대통령은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현재 러시아지도자들은 냉전 이후 싸움에서 러시아가 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새 지도자는 러시아가 강대국의 지위를 되찾아 경제후진국으로 전락한 현재의 치욕을 씻어야 한다는 꿈을 꾸고 있다. 러시아 국민도 그것을 요구한다. 이는 푸틴이 서방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체첸을 침공, 러시아의 힘을 보여준 뒤 급부상했다는 사실에서 금방 읽을 수 있다.

미국은 조금 불확실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2위권 예비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1위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새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시가 당선되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 외교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분명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남의 얘기다. 그러나 통일을 고대하는 우리에게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 교체는 남의 얘기만이 아니다.

특히 부시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단호하고 결연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외교를 뒷받침할 미국 공화당의원들이 요구하는 대북정책의 톤은 더욱 강경하다. 부시는 중국에 대해서도 동반자가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라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9월이면 한-러수교 10주년이 되지만 러시아의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머나먼 존재다. 무려 8년이나 집권한 옐친 전대통령의 서울방문이 집권 초기인 92년 딱 한번뿐이었다는 사실만 떠올려도 서울과 모스크바의 거리를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는 러시아 지도자를 멀리해서는 안된다. 민족주의를 들고나올 푸틴은 우리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체첸문제를 러시아 내부문제라고 강조한 그를, 역시 한민족 내부문제인 한반도통일을 지지하는 지도자로 만들어야 한다.

두 나라의 선거를 구경만 해서는 안된다. 두 나라의 예상되는 새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나라의 선거 이후 펼쳐질 우리와 그들의 관계를 미리 그려봐야 한다. 그리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멀리 보는 새가 멀리 나는 법이다.

방형남<국제부 차장>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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