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부실채권, 새 인기 투자대상으로 부상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05분


금융권과 기업의 골칫덩어리였던 부실채권과 부실자산이 경기호전과 첨단금융기법의 도입 등으로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98년부터 허용된 ABS발행은 지난해 18건 3조9272억원이었으나 올해는 예정된 물량만 1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ABS시장이 급팽창할 전망이다.

▽앞다퉈 나서는 부실채권정리〓부실채권 정리의 선두주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구 성업공사). 지난해 은행 등으로부터 인수한 부실채권의 절반 가량인 21조8000억원을 11조9000억원(매입액 10조3000억원)에 팔아치웠다. 이중 부실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ABS발행물량도 1조1780억원에 이르러 이 부문 수위를 차지했다.

자산관리공사가 주도했던 ABS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간부문의 발행이 늘어나면서 뚜렷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캐피탈 대우캐피탈 동양카드 현대캐피탈 등 여신전문기관이 할부채권을 담보로 ABS를 발행한데 이어 우정 우풍금고 세종증권 외환은행 토지공사 현대산업개발 등이 이 시장에 합류했다.

올해는 발행물량이 더욱 늘어나 우선 투신권이 대우관련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1·4분기(1∼3월) 중 8조원가량을 발행할 계획이며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MBS도 3조∼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 한빛 외환 주택 한미은행 등 은행권은 이달에만 4600억원의 ABS를 발행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한빛은행은 전문 외국투자기관과 제휴해 상시적으로 부실채권정리를 전담하는 기구설립을 추진중이다.

특히 올해 자산관리법 개정으로 정상채권을 담보로 한 ABS발행이 가능해지면서 상호신용금고 지방은행 등 수신기반이 약한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ABS를 발행하는 사례도 늘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투자자의 관심〓ABS가 이처럼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부실자산을 우량자산으로 둔갑시키는 첨단 금융기법 때문. 예컨대 1000억원의 부실채권 중 적어도 500억원을 건질 수 있다고 보면 정상금리로 500억원은 안전한 선순위채권으로 발행하고 나머지 부실부문은 시중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를 매긴 후순위채권으로 발행하게 된다.

ABS전문가인 중앙대 오규택(吳奎澤)교수는 “선순위채권은 보증채와 같이 안전한 투자상품이며 후순위채는 위험부담이 큰 만큼 수익이 좋다”며 “최근 국내경기의 호조로 부실부문에 대한 위험부담이 줄면서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매각때는 미국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론스타펀드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국제투자은행을 비롯해 13개 국내외업체가 참가했다.

지난해초 국제입찰에 5개 내외가 참가했던 것에 비하면 숫자가 크게 늘어났으며 미국업체에 국한됐던 응찰업체도 독일 도이체방크와 국내 삼성생명 물산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성업공사 관계자는 “이날 입찰에 부친 공장자산은 법원평균 경매 낙찰률이 20∼30%에 불과한 부실자산이었지만 이날 입찰에서 장부가액의 절반값으로 매각됐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