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사랑의 화음

  • 입력 1999년 12월 29일 19시 58분


▽여러 가지 상념에 젖게 되는 시점이다. 한 세기, 한 천년이 가는 해이니 생각은 더 많이 갈라질 터이다. 그동안의 일들을 되새기게 되고, 새해에 하고 싶은 일도 꼽아보게 되는 게 상례이다. 그래도 ‘과연 부끄러움이 없는 생활을 했는가’라는 물음에 이르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게 우리네 범인의 생활이다. ‘남을 돕는 일’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많은 돈을 남기고 가는 것은 치욕적 삶’이란 신조로 살았다. 그는 황열병퇴치단체 등에 많은 기금을 지원했다. CNN창립자 테드 터너도 유엔에 10년간 10억달러씩 기부약속을 지키는 등 자선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에게도 재산의 사회환원을 충고했다. 그의 영향을 받아 빌 게이츠도 소수인종 장학사업에 10억달러, 공공보건분야 3억2000만달러, 에이즈백신개발에 5000만달러 등 엄청난 자선기금을 냈다.

▽그러나 ‘남을 돕는 일’을 돈으로만 잴 일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평생 행상으로 모은 돈, 김밥장사를 하며 아끼고 안쓴 돈을 장학기금이나 사회단체에 쾌척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웃돕기 성금모금에 돼지 저금통을 들고 나서는 어린이도 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힘든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봉사자들도 많다. 또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사랑의 1000원’행사에 동참하는 이들은 훨씬 더 많다.

▽삼성그룹이 엊그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법인이익금과 임직원 갹출로 모은 100억원을 기탁했다. 이와는 별도로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노인 장애인 등의 복지시설 봉사활동지원금으로 50억원을 전달한다고한다.한세기를 보내는마지막밤의축제도,새천년의 다짐을 위한 해맞이 여행도 좋다.거기에‘세상을조금이라도 더 살기좋은 곳으로’라는 마음도 화음을 이룬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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